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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개인정보 2000만 건 빼돌려 팔아

중앙일보 2011.03.01 00:24 종합 18면 지면보기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저장돼 있던 금융정보 2000만 건을 무단 유통시킨 ATM 운송·폐기업체가 28일 경찰에 적발됐다. ATM엔 은행 이용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계좌번호, 잔액,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겨 있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것이 우려된다.


기계 운송·폐기업자가
계좌·주민번호·잔액 자료 담긴
하드디스크 통째로 넘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시중은행의 ATM을 교체하면서 금융정보가 담긴 하드디스크 수백 개를 빼돌려 판매한 혐의로 ATM 운송·폐기업체 대표 이모(48)씨와 서울 용산전자상가 중고부품업체 대표 정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5~9월 한 은행이 구형 ATM 450대를 신권 화폐를 인식할 수 있는 새 기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구형 기기의 하드디스크를 폐기하지 않고 빼돌린 뒤 개당 6000~7000원씩 300만원가량을 받고 정씨에게 판 혐의다. 정씨는 이씨에게서 산 하드디스크 중 205개를 소비자에게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경찰이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TM 하드디스크는 1년 사용 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소각하게 돼 있으나 이씨 등은 이를 어기고 하드디스크를 중고 PC시장에 유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은행 규정상 ‘ATM에 들어 있던 하드디스크는 분리 후 소각한다’고 돼 있으나 이에 대한 은행 측의 감독·확인이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업체가 하드디스크 소각 장면을 담은 사진을 찍어 보내면 은행은 더 이상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씨 등은 소각해야 할 하드디스크를 시중에 내다 팔면서 은행에는 과거에 찍은 소각 사진을 제출해온 것이다.



 광역수사대 천현길 강력팀장은 “하드디스크가 파기되지 않고 유통되면 개인정보가 유출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큰 데도 은행이 하드디스크 유출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며 “다른 은행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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