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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님, 제발 입어만 줘요” 레드카펫 위의 드레스 전쟁

중앙일보 2011.03.01 00:14 종합 22면 지면보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2500만 달러짜리 광고 효과
9개월 전부터 물밑 작업
40~100벌 놓고 행복한 고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28일(한국시간) 열린 제8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는 수상자들. 사회를 맡은 배우 제임스 프랭코(손에 입맞추고 있는 사람)와 앤 해서웨이(두손 들고 있는 사람) 뒤로 ‘킹스 스피치’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콜린 퍼스(왼쪽)와 감독상 수상자 톰 후퍼가 보인다. 자주색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여우주연상 수상자 내털리 포트먼.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프라다를 입었어요(It’s Prada).”



 1995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펄프 픽션’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우마 서먼은 레드카펫 위에서 카메라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름이 순식간에 할리우드를 찍고 전세계로 알려진 순간이었다. 할리우드에서 아카데미 레드카펫의 파급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아직도 회자되는 순간이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레드카펫 위 리포터들의 질문은 한 가지다. “오늘 누구 옷을 입으셨나요?”(Who are you wearing today?) 이를 통해 레드카펫 위에 선 여배우들의 우아한 자태는 전세계 200여개국으로 중계된다. 미국에서만도 지난해 기준 약 4200만명이 아카데미 생중계를 시청한다.



 LA의 2월 답지않게 폭우를 동반한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쳤던 아카데미의 주말. 그래도 시상식 당일엔 비가 그치리란 예보에 배우들에게 자신의 드레스를 ‘간택’받은 디자이너들은 만세를 불렀다. 자신들의 드레스가 한층 아름답게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가십을 다루는 주간지나 온라인 매체가 늘어나면서 레드카펫의 광고효과는 10여년 전보다 배 이상 커졌다. 『천생연분:패션과 아카데미상(Made for Each Other:Fashion and the Academy Awards)』의 저자 브로닌 코스그레이브는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브랜드명이 노출되는 것은 약 2500만 달러의 광고효과를 지닌다”며 “배우들에게 자신의 드레스를 입히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코스그레이브에 따르면 일부 브랜드의 홍보담당자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9개월여 전에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때부터 여배우들에게 자사 드레스를 입히기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다.



 물론 본격적 전쟁의 서막은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발표되는 1월부터다. 핼리 베리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의 시상식 의상을 담당한 바 있는 스타일리스트 필립 블로치는 “아카데미 시즌만 되면 사정없이 전화를 걸고 드레스 사진을 보내며 애걸하는 홍보 담당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잘 알려진 디자이너의 경우 드레스의 스케치나 사진만 보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디자이너들은 아예 완성된 드레스를 선물로 보낸다. ‘마음에 들면 입어달라’고 읍소하는 식이다. 블로치는 배우 한 명당 평균 40~100벌의 드레스를 놓고 고민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배우들의 최종 선택은 시상식 하루 이틀 전에 결정된다. 때문에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드레스가 간택됐는지의 여부는 TV를 보고서야 알게 된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도록 은근한 압박을 받는 배우들도 있다. 샤넬 향수 모델이었던 니콜 키드먼, 디올 향수 모델이었던 샤를리즈 테론, 캘빈 클라인 란제리 모델이었던 힐러리 스웽크가 대표적 예다. 최근 디올의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내털리 포트먼도 마지막 순간까지 디올 드레스를 입어달라는 강력한 요청으로 고심했다가 결국 로다테를 입었다.



이경민 LA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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