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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오빠 만나러, 선수 삼촌 만나러 … SNS 축구장에 소녀들 와글와글

중앙일보 2011.03.01 00:04 종합 24면 지면보기



5일 개막 K-리그 새바람















D-4. 프로축구 K-리그가 5일 개막해 8개월간의 대장정(정규리그)을 시작한다. 타이틀 스폰서는 현대오일뱅크가 맡았다. 새로운 식구도 있다. 광주시민구단(광주 FC)이 16번째 팀으로 합류했다. 상무축구단은 연고지를 광주에서 상주로 옮겨 참가한다.



#장면1-지난달 25일 K-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뒤 창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한 윤빛가람(21·경남). 그는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10여 명의 여성 팬에 둘러싸여 즉석 사인회를 열었다. 이들은 윤빛가람의 트위터에 “서울에서 언제 출발하세요”라는 글을 남겼고, 윤빛가람이 기차 시간을 알려주자 득달같이 서울역으로 달려온 열성 팬들이었다.



 #장면2-지난 23일 이동국(32·전북)의 트위터에 한 소녀팬이 “별명으로 국민 삼촌 어떠세요?”라는 멘션을 올렸다. 이동국은 “제가 삼촌이면 저와 동갑인 가수 이효리씨는 국민 이모입니까? ㅋㅋ”라고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10월부터 트위터 재미에 푹 빠진 이동국은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가까워지는 중이다.



 소녀 팬들이 K-리그로 돌아오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다.



 윤빛가람·홍철(21·성남)·이승렬(22·서울) 등 신세대 스타들은 물론 이동국·김병지(41·경남)·김상식(35·전북)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팬 문화를 이끌고 있다. 윤빛가람은 1만6114명의 팔로어를 지닌 파워 트위터리안(Twitterian)이다. 김병지도 9682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한마디 한마디는 팔로어를 통해 순식간에 축구팬들 사이에 퍼진다.



 SNS의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쌍방향 소통이다. 팬들은 과거 일방적인 해바라기식 사랑에서 벗어나 SNS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마주보듯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있다. 스타에게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보며 세세한 일상까지 알 수 있으니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놓을 수가 없다. 스타들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팬을 관리할 수 있다. 덕분에 과거에 비해 스타와 팬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졌다. 늘어나는 팔로어의 수만큼 K-리그 팬도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리그에도 소녀 팬들이 들끓었던 시기가 있었다. 안정환·고종수·이동국 트로이카가 K-리그를 이끌던 1999년이다. 당시 K-리그가 벌어지는 경기장은 인기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 소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안정환·이동국·고종수 등은 만나기 어려운 스타였다. 1년에 한 번쯤 열리는 팬클럽 모임에 나가거나 경기가 끝난 뒤 구단 버스로 이동하는 선수를 멀찌감치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팬레터를 아무리 보내도 선수들은 하루에 수백 장이 몰리는 편지에 일일이 답장할 수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지친 여성팬들은 축구장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 소녀 팬들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동국은 “과거에는 팬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많지 않았다. 시간도 부족했다. 지금은 트위터를 통해 각계각층의 세대를 초월한 팬들을 편리하게 만날 수 있다. 질문에 답변을 꼬박꼬박 하다 보면 어느새 팬들도 늘어간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시들해진 K-리그 인기를 되살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SNS가 새로운 팬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지난해 8월 프로 스포츠 단체 중 가장 먼저 트위터를 개설했다. 10월에는 페이스북도 오픈했다. 현재 6639명의 축구팬이 연맹의 각종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다. 또 연맹은 ‘2011 오피셜 가이드북’을 제작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K-리그 미디어데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누적 시청자 2700명, 동시 최다 접속자 1000명을 기록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박용철 연맹 홍보마케팅 부장은 “SNS는 앞으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을 촉매가 될 것”이라며 “SNS 홍보·마케팅 강화를 위해 담당 직원(현재 2명)도 충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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