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KTX 시대에 ‘통일호’ 사장이라니

중앙일보 2011.02.28 20:34 종합 30면 지면보기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라고 반문했다. 2월 25일 경기도 화성에서 난 KTX 열차의 열감지장치 사고를 두고 언론에 보인 반응이다. 그는 “이상신호가 들어오니까 점검하고 다시 출발한 건데, 어디까지나 작은 고장…”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철로 한복판에 멈춰선 열차 안에서 43분간 불안에 떨어야 했던 승객들의 고통은 아랑곳 않는 듯한 태도다. 논란이 되자 “말이 제대로 전달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너무 안이(安易)한 상황 판단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은 지금 열차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2월 한 달 동안 KTX 열차 사고만 네 번이다.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던 탈선(11일)을 비롯해 배터리 고장(6일), 열감지 센서 오작동(25일), 기관 고장(26일) 등 유형도 다양하다. KTX뿐 아니다. 경인선·경의선·경춘선도 줄줄이 사고로 얼룩졌다. 정시성(定時性)을 생명으로 하는 열차가 지연과 연착을 일삼는 애물단지 노릇을 하고 있다. 과거 비둘기호나 통일호 시절엔 열차가 연착하거나 중간에 서도 성능이나 기술력 면에서 일견 양해가 됐다. 지금은 시속 300㎞대를 달리는 고속열차 시대다. 일본 신칸센(新幹線), 프랑스 테제베(TGV), 독일 이체(ICE)는 단 10초만 연착해도 ‘사고’로 규정한다고 한다. 사람이 다치고 나자빠지는 참사(慘事)만 사고가 아니다.



 최고경영자가 ‘작은 사고’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국민은 불안하다는데 ‘별 걱정을 다 한다’며 타박하는 양상이다. 그러니 직원들은 땜질식 대응에 급급하고, 사고는 그치지 않는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코레일 직원들도 허 사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이 사람들을 믿고 고속열차를 타야 한다니 끔찍하다”는 시민의 반응에 절로 수긍이 간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각종 대형 사고가 왜 일어났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 코레일 차원에서 수습이 안 되면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가 나서야 한다. 열차 운영이나 관리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하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는 취지다. 모든 화(禍)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고 과거는 말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