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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미의 아티스트 인 차이나 (6)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수퍼스타, 장샤오강

중앙일보 2011.02.28 14:30



16:9 시각으로 바라본 삶 … 그 기억과 망각 너머에는

이하오디(一号地,, Art Base 1이라고도 부른다). 베이징 신흥 창작 예술촌인 이곳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 장샤오강(張曉剛·53)의 아틀리에가 있다. 사람들을 피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 3년 전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문 하나 닫으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줄 정도로 아틀리에는 광활하다. 이곳엔 한창 작업 중인 그림과 눈에 익은 지난 그림이 공존하고 있다. 하나같이 대작들이다. 너덧 폭을 이어야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작품도 여럿이다. 개방감 좋은 통창에 햇살까지 드니, 하루 방문자에게도 그림이 있는 공간은 아련한 추억처럼 몸을 감쌌다.















예정대로라면 작가 장샤오강과의 인터뷰는 개인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이어야 했다.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베이징에서 날아온 소식은 그가 급작스러운 수술로 입원했다는 것. 2년 전 이상을 발견한 심장 옆 소혈관이 막히는 바람에 결국 인터뷰는 해를 넘겨야 했다. 그는 “아직까지 3시간 이상의 작업은 무리”라며 양해를 구했지만, 다행히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지난 3개월 동안 세 가지를 끊었다. 커피, 술, 담배. 세상에서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던 것들을 끊으니 낙이 없더라. 몸이 회복되는 대로 술은 다시 마셔야겠다”며 농을 건넨다. 갤러리 ‘아트미아’의 진현미 관장은 그를 두고 “스타의 면모를 두루 갖춘 작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뛰어난 자기 관리와 평론가 못지않은 철학적 지식, 논리적인 분석력, 재치 있는 말솜씨에 글솜씨까지 모두 갖췄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도 작가는 미국에서 출판되는 중국 문화에 관련된 책의 서문을 쓰고 있었다. 중국 현대작가들이 자국 문화에 대해 쓴 글을 엮은 책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시기별로 직접 분류하고 정리하면서 작품의 변화를 점검한다.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그 방대한 양의 작품과 자료들이 시기별로 잘 정리돼 있다. 최근에는 아이패드로 전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단다. 작가의 지난 그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작품 연도는 물론 시기를 명명까지 해가며 특유의 달변으로 풀어낸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1987~89년까지는 동방철학에 심취해 있었다. 이 시기를 나는 ‘몽환의 시기’라 부른다. 절망을 표현했던 순교자의 잘린 머리, 현실 앞에 무능력한 사상을 비유한 책 등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그 이후에도 죽음에 대한 사고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죽음을 초월한 생명에 관심을 갖게 된다. 90년대 당시 폐쇄된 상황 속에서의 손으로 쓴 수기 시리즈는 고독함을 표출한 것이다. 내용이 가슴속에서 진실해지면 문장이 그림 위에도 나타나는 법이다. 안과 밖, 겉과 속이 서로 어울려서 뜻이 일어나면 곧 붓으로 자유롭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그림 위에는 때론 글이 놓이기도 한다. 이것은 작년 ‘史記’ 전시 때 문사와 그림이 같이 섞이는 묘사 시리즈로 정점을 이뤘다.”





▲장샤오강(왼쪽)과 진현미 대표.



장샤오강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대가족 시리즈는 94년부터 2002년까지 꽤 오랫동안 진행됐다. 늘 그렇듯 시작은 우연이었다. 부모님의 사진첩에서 발견한 가족 사진들에서 그는 중국 대중 문화가 가지고 있던 획일화된 심미의식을 발견했다. 포토샵이 없던 시절, 사진사가 붓으로 덧칠한 수정은 모든 사람을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몽롱한 듯 모호한 사람들의 모습을 예술언어로 담아낸 대가족 시리즈는 이후 세계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97년 즈음엔 이미 기억과 망각 시리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단지 그릴 시간이 없었던 것뿐 아이디어는 완성돼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2002년 말 그는 가족에 머물러 있던 기억을 좀 더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기억 속의 역사와 개인적인 사연을 간직한 사물들이 아련한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마오쩌둥 사상을 전파하는 확성기, 희망이 꺼져버린 전구, 자식에게 희망과 꿈을 품고 살아가는 부모와 어른의 강요에 의해 자라는 천진난만한 아이… ‘기억과 망각’ 시리즈였다.



“나는 감정, 직감, 충동에 의해 작업하고 그리면서 분석하고 정리한다.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사고하면서 그리기 때문에 내 그림들은 모두 내 인생 역정과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훗날 회고록을 쓴다면 나는 작품만으로도 쓸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구를 만났으며 무슨 고민을 했는지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작품은 인생의 증거며 모든 체험이 녹아 있는 삶이다.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인 것이다.” 장샤오강의 작품은 늘 개인적 본능에 대한 존경에서 시작된다. 개인적 경험, 이해, 기억, 그리고 상상…. 개인 본능 존중의 장샤오강에게 성공한 작가로서의 사회적인 역할을 물었다. 답은 “메이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진 대표는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중국은 개인보다 사회를 말하는 나라예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자아를 고수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리펑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작가는 인류를 위해 죽을 때까지 자아 중심이어야 한다고.”



지난해 12월 중국 최초의 사립 비영리 미술관인 베이징의 금일미술관에서 장샤오강의 신작으로 꾸며진 ‘16:9’ 개인전이 있었다. 16:9는 와이드 스크린의 가로·세로 비율을 말한다. 현재 TV, 영화, 컴퓨터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배적인 스크린 포맷이다. 즉 이 16:9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관점이자 위치다. 장샤오강은 바로 이 관점에서 다시 자기 서술을 시작했다.

“시각적 관점의 변화에 따라 오늘의 시각을 가지고 과거의 변화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모든 화폭 역시 16:9의 비율로 조정되었다. 지금까지는 기억에 초점을 두었다면, 기억과 망각 너머엔 또 무엇이 있는지 끄집어내고 싶었다. 틀도 깨고, 어떠한 제한도 없이 무의식 속에 무엇이 있는지 다 드러내고 싶었다. 전시 16:9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6:9 비율의 화폭에 그린 유화와 입체적인 금속에 그린 차가운 그림.”



그는 늘 진보했는지 반성하는 작가라 했다. 단 1㎜라도 앞으로 나아가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 3년 동안의 작업을 소개한 ‘16:9’는 뜻하지 않았던 병원 신세로 몇 작품을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빼고는 스스로 만족하는 전시였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내 작품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좋아해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밝고 건강하고 아름답지 못하니까. 내향적이고 조금 우울하고, 퇴폐적이며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건 나의 작품에 대한 진정성에 감흥하지 않아서일까. 관중이 공감하기 전에 난 내 작품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나르시스적인가? 내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는 그림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겠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기면 1~2년 정도 고민하고 그 고민이 성숙되면 다음해쯤 작품으로 나오곤 한다. 그래서 아직 성숙되지 않은 이야기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아마도 다음 작품은 동시대 사람들의 자아 고민에 중국 전통문화가 녹아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장샤오강의 다음 개인전은 7월과 10월, 페이스베이징(pace beizing)과 아트창사(모두 베이징)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장샤오강=1958년 윈난성 쿤밍시 출생. 82년 쓰촨미술학원 유화과를 졸업했다. 중국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93년 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혈연, 대가족 시리즈로 서구 미술 애호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중국 현대미술의 폭발적 붐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2010년 가을 홍콩 소더비가 주최한 당대 아시아 예술 2010년 추계 경매에서 ‘창세편:일개 공화국의 탄생2호(創世篇:一個共和國的誕生二號)’가 76억원에 팔리면서 자신의 작품가를 또 한번 경신했다.

◇진현미=영어 이름 미아(Mia). 베이징 다산쯔(大山子) 차오창디 예술특구에서 자신의 갤러리 ‘ARTMIA(아트미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들과의 만남을 중앙SUNDAY와 월간 ‘레몬트리’에 전하고 있다.





이호선 레몬트리 편집장 hosun72@joongang.co.kr 베이징 사진 문덕관 lamp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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