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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206) 마오, 스탈린 압박 위해 ‘농성’

중앙일보 2011.02.28 10:06


▲1950년 1월 20일 마오쩌둥의 지시를 받은 저우언라이가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모스크바에 도착, 본격적인 중·소 회담이 시작됐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는 신문총서(新聞總署) 서장 후차오무(胡喬木) 명의로 “중·소 관계를 이간질시키기 위해 온갖 요사스러운 말들을 날조했다”며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도착 당일 레닌묘 참배에 나선 저우언라이. 김명호 제공

목표는 중·소 신조약 … 마오, 스탈린 압박 위해 ‘농성’



스탈린의 칠순 잔치가 끝나자 모스크바에 왔던 각국 지도자들은 귀국을 서둘렀다. 마오는 소련의 발전상을 둘러보고 요양까지 한 후에 돌아가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급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12월 24일 밤 스탈린 별장에서 두 번째 회담이 열렸다. 마오는 밤만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온갖 기억이 되살아나는 사람이었다. 5시간 반 동안 일본·베트남·인도와 서구 여러 나라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소리에 맞장구 치며 듣고 싶은 얘기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26일 마오는 모스크바에서 신중국 선포 후 첫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로미코와 베리야가 찾아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오후 늦게 국민당 공군이 상하이를 폭격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옛 친구 장제스가 보낸 생일 선물이겠거니 했다.



마오는 베이징의 류샤오치에게 전보를 보냈다. 류는 소련 사정에 밝았다. 평소 소련 얘기만 나오면 갖은 잘난 척을 다했다. “스탈린 동지는 조약이라는 용어를 꺼내기조차 싫어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치국원들과 의논해 알려주기 바란다.” 이틀 후 답전이 왔다. “스탈린이 그렇게 강경하다면, 더 이상 조약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생일 경축연도 끝났으니 귀국하는 게 좋겠다.”



무슨 전문들을 또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오는 류샤오치의 의견을 무시했다. 지구전에 돌입할 준비를 갖췄다. 잠자리가 제일 중요했다. “몸이 꺼져 잘 수가 없다”며 최고급 침상을 마당으로 들어냈다. 중국대사관에 가서 나무 판때기 구해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화장실도 맘에 들지 않았다. 갈 때마다 혼자서 짜증을 부렸다. 사방이 콱 막혀 답답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양변기라는 물건은 보면 볼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오는 “냄새가 사색을 방해한다”며 화장실에서 대·소변 보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잡초가 우거지거나 시원하게 탁 트인 곳을 좋아했다.



마오는 방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수행원들도 외부 출입을 못하게 했다. 중국을 떠날 때 들고 온 화선지가 많았다. 밤새도록 붓글씨만 써대다가 새벽이 되면 잠자리에 들었다. 글씨는 쓰는 족족 찢어 버렸다. 통역 중 한 사람이 소련 영화를 구해왔다. 마오는 ‘푸카초프’ ‘나폴레옹’ ‘표트르 대제’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레닌그라드 방문과 모스크바 지하철, 집단농장 참관 등 소련 측에서 짜놓은 일정이 있었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며 공개적인 활동을 거부했다.



스탈린은 난처했다. “생일 축하하러 왔다는 사람이 볼일 끝났으면 가야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외부 활동이라도 해야 할 게 아니냐”면서 낯을 찡그렸다. 베이징에서부터 수행했던 코왈로프가 찾아와 간곡하게 외출을 권했다. 마오는 주먹으로 탁자를 쳐댔다. “지금 내게 주어진 임무는 세 가지밖에 없다. 밥 먹고, 잠자고, 똥·오줌 만드는 일이다.” 이어서 “왕바단(王八蛋)”이라고 내뱉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 최고의 욕이었다.



마오의 행적이 묘연해지자 서방세계의 정보기관들은 긴장했다.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언론 매체들은 신이 났다. “스탈린이 동북 3성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마오는 귀국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 류샤오치와 주더(朱德)가 정변을 일으켰다”며 연일 방정들을 떨어댔다. 그럴듯한 내용들이었다.



소련 측은 당황했다. 영국의 한 통신사가 “마오쩌둥이 모스크바에서 연금 당했다”고 전 세계에 타전하자 주소 대사 왕자샹에게 마오의 기자간담회를 조심스럽게 권했다. 마오는 모처럼 씩하고 웃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계속)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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