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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넘은 어르신들 … 무료치매검진 받으세요

중앙일보 2011.02.28 03:40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서울시 양천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종이접기를 하며 미술작업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특별시 치매센터 제공]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한국 영화 사상 유례없는 평점 9.9를 유지하며 화제다. 60세를 훌쩍 넘긴 노장(老將)들의 열연 덕분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 불편해진다. ‘나는 극 중 김수미씨(치매환자)의 남편처럼 아무 데나 똥을 누는 아내에게 늘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까’ ‘내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다면 그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매번 따뜻한 미소로 감싸 줄 수 있을까’.



 노인 치매 환자 46만 명 시대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라면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지금의 다섯 배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족이 더불어 이겨 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에게 치매 환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들었다.



일반 병원 검사는 20만원 들어



치매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지만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이다. 주로 뇌에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생긴다. 전두엽에 쌓이면 감정장애, 측두엽이나 다른 곳에 쌓이면 언어장애·인지장애·운동장애 등을 일으킨다. 아쉽게도 이미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병의 진행 과정을 느리게 할 수는 있다. 따라서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65세가 되면 반드시 치매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한다. 요즘엔 국가에서 무료 검진을 한다. 치매의 표준 진단법인 신경인지 기능검사와 전문의의 정밀 분석과 면담을 자치구의 치매지원센터(서울시)나 보건소(병원에 연계)에서 받을 수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약 20만원의 비용이 든다.



 치매 판정을 받으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이동영 교수는 “치매의 원인이 혈관 이상 때문인지, 갑상선 저하증이나 우울증, 아니면 아밀로이드 때문인지 정확히 알아보려면 MRI 등의 영상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 가능한 신약 개발 희망적



현재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허가받은 약물은 네 가지뿐이다. 아리셉트·엑셀론·레미닐이라는 약물은 기억력을 담당하는 콜린 물질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다. 치매로 저하된 뇌신경의 콜린 농도를 증가시켜 인지 기능을 개선 한다. 에빅사라는 약물은 칼슘으로 인한 뇌신경세포의 파괴를 막는다.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치매 진행도 막는 것으로 식약청 허가를 받았다.



 이동영 교수는 “약물 복용은 치매 진행 속도를 최소 2년 이상 늦추고, 치매의 중증도도 훨씬 떨어뜨린다”며 “8년간 비교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 장기 복용그룹은 8년 뒤 20%만 치매가 악화 됐지만 비복용그룹은 80%가 병원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약물 개발 소식도 희망적이다.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약물 이 현재 다국적기업에서 3상 임상 중이다. 아밀로이드를 독성물질도 바뀌게 하는 효소 차단제도 역시 임상 중이다. 치매 치료에 아스피린이나 부르펜과 같은 항염증 물질이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임상 중인 약물도 있다.



운동 자극 중요 … 가족도 치매 공부를



가족이 치매 환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냐에 따라 중증도가 달라진다. 치매 환자는 뇌의 일부분이 변성된 것이지, 나머지 손상받지 않은 부분은 정상인과 같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면 변성된 부분에서 비롯된 이상행동 반응만 과(過)발현된다.



 치매 환자의 행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예컨대 대변을 벽에 칠하는 치매 환자가 많다. 이럴 때 원인이 뭔지 알고 있으면 트러블이 줄어든다. 이동영 교수는 “치매 환자 중 변비가 있는 어르신이 많은데 이런 불편함 때문에 자꾸 손을 항문 쪽으로 가져가고, 이를 벽에 묻힌다”고 말했다. 자신의 물건을 훔쳐갔다고 며느리를 욕하는 환자도 많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치매 환자는 기억력 저하로 자신이 한 행동을 잘 잊는다. 그런데 인간이란 닥친 현상을 합리화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치매 환자는 자꾸 거짓말을 꾸며 낸다”고 말했다. 이런 치매 환자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면 가족의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운동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 치매센터 성미라 사무국장은 “일반인도 한 달 동안 집안에 가둬 두면 정신이 멍해진다. 치매 환자에게 운동 자극은 약물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업 치료는 보다 신중하게 받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자폐증 전문 작업치료사가 치매 환자에게 같은 치료를 하기도 하더라”며 “그런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치료사를 찾으라는 것이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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