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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여세요, 겨우내 찌든 실내공기 확 바꾸세요

중앙일보 2011.02.28 03:4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중앙일보-한국표준협회 ‘공기야 고마워~’ 캠페인







‘나쁜 공기는 건강을 위협하는 ‘흉기’다. 특히 하루의 대부분을 특정 공간에 머무르는 현대인에게 실내 유해물질은 질병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문제는 유독물질이라도 냄새와 색깔이 없으면 부지불식간에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한국표준협회와 중앙일보는 실내 공기의 안전판을 마련해주는 ‘실내공기질인증’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공기야, 고마워~’ 캠페인을 연중 펼치기로 했다.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이나경(30·서울 성동구)씨. 얼마 전 자리를 옮긴 뒤부터 눈과 목이 따갑고 머리가 아팠다. 그녀의 지병인 천식도 악화해 호흡에 불편을 겪고 있다. 그녀의 위치는 대형 복사기와 팩스가 밀집한 옆자리. 게다가 실내 환기가 안 돼 그녀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회계사 김종우(가명·34)씨는 15년 전 아버지를 폐암으로 잃었다. 그는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던 아버지가 폐암에 걸린 이유가 열악한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여 년간 근무한 고무제조 공장에서 유해물질을 오랫동안 흡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현재 금연은 물론 환기가 안 되는 장소에는 절대 가지 않는 습관이 붙었다.



#중국집 주방장인 이중수(56·서울 서대문구)씨는 만성기관지염으로 고생한다. 젊었을 적엔 별 이상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목이 아프고 기침도 심해 한 달이 멀다 하고 병원을 찾는다.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오랜 세월 주방에서 일하던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호흡기 문제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내 가슴속 허파꽈리 3억개 “깨끗한 공기가 필요해”









답답한 실내환경에는 식물을 배치한다. 식물의 이산화탄소·이산화질소 제거 능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중앙포토]



호흡기는 외부에 노출돼 있는 대표적인 기관. 유해물질은 습하고 따뜻한 콧속 점막과 기관지 점막에 직격탄을 날린다. 점막의 상피세포가 손상되거나 섬모운동이 약해지면 병균이 침범해 번식을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공기의 최종 목적지는 폐다. 폐는 우리 몸의 ‘숲’과 같다. 숲이 파괴되면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이 오듯 폐의 손상은 생명의 종말을 의미한다. 폐에는 가스 교환장치인 폐포(허파꽈리: 지름 0.1∼0.2㎜의 공기주머니)가 3억여 개나 있어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따라서 폐포가 얼마나 살아있느냐는 것이 폐 건강의 바로미터다.



 폐포는 유해물질에 매우 취약하다. 담배연기나 화학물질, 또 미세먼지에 의해서도 파괴된다. 문제는 한번 손상된 폐포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분진에 해당하는 100㎛ 이상의 먼지는 점막이나 섬모에 걸려 깊숙이 들어오지 못한다. 하지만 10㎛ 이하는 폐포까지 도달해 침착된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이보다 작은 2.5㎛ 이하. 이들 미세먼지가 폐포에 싸이면 폐포가 굳어져 기능을 상실한다.



 습도 역시 호흡기 질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건조하면 호흡기 감염과 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하고, 습하면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가 번식해 호흡기를 공격하는 흉기로 돌변한다.



 박테리아에 의한 공기오염도 주의해야 한다. 냉장고·가습기·애완동물·살포제·건물에 쌓인 먼지에서 비롯된다. 비염과 기관지 천식을 일으키고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



 환경의학자들이 꼽는 주요 유해물질은 오존·이산화질소·라돈·석면·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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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기는 오존, 가스렌지는 이산화질소 내뿜어



사무직 종사자에게 위험한 것은 오존이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서병성 교수는 “오존은 복사기·레이저프린터·팩스 등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 사무용 기기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환기를 해주지 않으면 고농도의 오존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무기기에 오존 필터가 달려 있지만 오래된 기기는 필터 기능이 떨어져 있다.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눈과 목이 따갑고 호흡이 힘들어진다. 두통도 생긴다. 카톨릭대 예방의학과 김현욱 교수는 “오존은 기도와 폐에 있는 신경수용체를 자극해 이들을 감싸는 평활근을 수축시켜 기도를 좁힌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도 요주의 물질이다. 취사·난방·흡연·소각 과정에서 생긴다. 낮은 농도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면 시력이 감소하고, 지각능력이 떨어진다. 5% 이상이면 심장과 폐에 이상이 나타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조심해야 한다. 실내건축자재와 적정량 이상의 접착제 사용이나 흡연·가스 또는 등유 등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역시 호흡기 장애와 두통을 일으키며 장시간 노출 시 발암 가능성도 크다.



 단열재·섬유 옷감·장롱·싱크대·바닥재·접착제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포름알데히드(HCHO)도 실내 공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눈·코의 점막을 자극할 뿐 아니라 동물실험 결과 발암성도 입증됐다. 국내 기준치는 0.1ppm. 하지만 민감한 사람은 0.04부터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하고, 0.2∼0.5면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연세대 환경공학과 조승연 교수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물질은 하루 3~4㎏이지만 호흡으로 체내 유입되는 양은 그의 6배인 20~25㎏에 이른다”며 “일생 중 90%를 실내에서 지내는 사람이 실내 공기의 유해물질에 노출되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식물·숯가루 정화에 도움 … 하루 두세 번 환기 해줘야



미국에선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한 천식환자가 7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로 매년 발생하는 천식환자는 6800명에서 1만2000명에 이른다. 나쁜 공기는 암 발생에도 관여한다. 조승연 교수는 “라돈 가스로 인해 연간 2만여 명이 추가로 암 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공기는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경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하인스 박사는 실내 공기오염으로 연 10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집증후군·빌딩증후군(SBS)·좁은 빌딩증후군(TBS) 등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실내공기를 둘러싼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대안암병원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는 “실내공기의 질을 떨어뜨린 건물 소유주나 건축자재·가구 제조자에 대한 소송이 증가하고, 법정에서 승소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내 공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손실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실내 공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식물 배치다. 조승연 교수는 “식물의 이산화탄소·이산화질소 제거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고 말했다. 숯가루 등의 활성탄은 오존 흡착능력이 좋다. 단, 라돈이나 석면처럼 입자가 큰 오염물질은 식물이나 활성탄으로도 제거할 수 없다.



 회사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조승연 교수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최근 지은 건물은 실내공기의 80~90%를 재순환시키는 구조”라며 “하루 두세 번 30분 정도 환기시키도록 실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밤 사이에 바닥재나 벽에서 방출된 오염물질이 쌓여 있으므로 출근했을 때, 그리고 점심 식사 시 환기를 해준다.



 좋은 건축 마감재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최재욱 교수는 “정부의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은 마감재는 안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마감재는 유해물질을 많이 방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세제도 도움을 준다. 조승연 교수는 “청소세제에는 염소 성분이 많아 청소한 뒤엔 30분 정도 환기시켜야 한다. 특히 영화관이나 실내 놀이공간처럼 밀폐된 장소에서는 돈이 들더라도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공기야, 고마워~’ 캠페인(공기질인증사업)은=실내공기의 유해성 여부를 측정해 ‘숨쉬기 좋은 공간’을 인증·공표하는 제도다.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중이용시설, 신축건물 등이 대상이다. CGV 영등포점(영화관 부문)과 롯데월드 어드벤처(놀이공원 부문)가 분야별 1호로 각각 인증을 받았다. 두 시설은 라돈·석면·포름알데히드 등 1급 발암물질과 일산화탄소·미세먼지·이산화질소·오존·총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13가지 항목 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합격점인 700점 이상을 받았다. 2년마다 재심사한다. 인증사업은 한국표준협회와 연세대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문의: 02-2624-0219, 홈페이지: isum.k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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