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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연 100억 적자 … 하버드대는 예산 50% 기부로 충당

중앙일보 2011.02.28 03:40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미숙아 9년새 3.8%→4.9%로 증가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저체중아를 돌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Children are not small adults)’. 소아청소년학을 공부하는 의사가 제일 처음 접하는 문구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 환자가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진단부터 치료·재활까지 성인과 달리해야 한다. 이런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린이병원이다. 국내에는 외국에 한참 못 미치는 8곳의 어린이병원이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만성적자로 힘들게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병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부산대어린이병원 박희주 병원장은 “고령 임신부와 다태아 증가로 미숙아·저체중아·선천성 기형은 물론 소아 난치병·희귀질환·유전질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집중치료가 필요한 2.5㎏ 미만 미숙아 발생률은 2000년 3.8%에서 2009년 4.9%로 증가했다. 특히 중증 어린이 환자의 치료 목표는 ‘오래 살기’보다 ‘평생 잘살기’에 있다. 이 때문에 전문화된 의료진과 진료과의 통합치료가 중요하다.



 어린이 환자는 저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다. 주로 성인에게 나타나는 수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감염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하면 위험하다. 어린이병원이 필요한 이유다.



 어린이병원에 준비된 각종 소아 치료장비는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준다. 몸속을 진단하는 내시경, 수술용 칼과 가위도 1000g 미만 극소 저체중아부터 고등학생용까지 다양하다.



 혈액검사도 좋은 사례다. 보통 혈액분석기는 15㏄ 혈액이 있어야 분석 결과를 받아본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중환자실장 박준동 교수는 “영아는 체중 1㎏ 당 혈액양이 80㏄에 불과하다. 3㎏으로 가정하면 240㏄의 혈액이 있는데 15㏄ 뽑으면 쇼크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0.5~1㏄ 정도의 혈액만으로도 분석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별도로 갖춰야 한다.



 



국내 8곳 … 국립대는 서울대·부산대 2곳



국내에서 어린이병원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은 8곳이다. 국립대 어린이병원은 서울대어린이병원과 부산대어린이병원 두 곳이다. 민간 어린이병원은 세브란스어린이병원·소화아동병원·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등 6곳. 현재 정부 지원으로 경북대·강원대·전북대·전남대병원이 어린이병원을 건립 중이다.



 어린이병원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2001년부터 연간 약 100억원 이상, 부산대어린이병원도 2009년 8억원의 손해를 봤다. 적자는 인건비·관리비·시설비 비중이 높지만 보험수가(국민보험공단에서 받는 환자 진료비)가 낮아 빚어진 결과다.



 어린이 한 명을 진료하려면 성인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채혈하거나 정맥주사를 놓을 때 2~3명이 동원돼 20여 분을 씨름하는 게 다반사다.



 박준동 교수는 “심전도 검사 시 성인은 팔·다리·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3분이면 끝난다. 아이들은 약한 수면제를 먹이고, 잠들었는지 확인한 뒤 진행하기 때문에 20~30분은 소요된다”고 말했다.



 소아 환자에게 ‘생명줄’과 같은 소모품의 건강보험 적용도 제한적이어서 병원 부담이 크다. 환자 발가락에 붙여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센서는 한 번 떨어지면 못 쓴다. 장기 입원 환자는 여러 개가 필요한데, 처음 사용한 센서만 보험 적용을 해준다. 아이를 채혈할 땐 주삿바늘을 몇 개씩 사용하는데 역시 한 개 가격만 청구할 수 있다.



 어린이병원의 많은 적자는 신생아·소아 중환자실에서 발생한다. 한 개의 병상(환자 침대)당 1억~1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병원 운영을 위해 많은 인력과 시설이 필요한데 보험수가는 성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조태준 진료지원실장은 “소아 환자에 대한 보험수가에 가산율이 적용되지만 턱없이 부족해 원가 보전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정부 재정 지원 늘리고 병원 기부 활성화해야



어린이병원의 적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이에게 돌아간다.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산대어린이병원 박희주 병원장은 “올해도 적자가 크면 어린이병원의 축소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한 해법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과 병원 기부문화 활성화가 꼽힌다. 미국에는 250여 개의 어린이병원이 있다. 인제대 병원전략경영연구소 이기효 소장은 “미국은 어린이병원을 위해 일반 공채를 발행한다. 여기서 조달된 자금이 어린이병원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어린이병원은 예산의 50%를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27개 어린이병원이 있는 일본은 공적부담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아 진료비를 인상했다. 어린이병원이 속해 있는 현에서는 운영 적자를 일부 보전해 준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김동수 병원장은 “어린이병원을 공공의료로 인식하고 치료가 힘든 어린이 환자에 대한 보험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병원 운영을 부족한 진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어 악순환이 이어진다. 보험수가 가산율을 신설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병원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복지부 은성호 공공의료과장은 “어린이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평가해 차별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글=황운하·장치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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