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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 요청 땐 전술핵 재배치”

중앙일보 2011.02.28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새모어 백악관 군축·비확산 조정관 “북핵에 맞선 상징적 의미”





미국 백악관 게리 새모어(Gary Samore·사진)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26일 (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공식 요구한다면 미국은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모어 조정관은 이날 미 터프츠대가 주최한 ‘대북 대응’ 세미나에서 기자와 만나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새모어는 미 행정부의 군축·비확산·대테러 업무를 총괄하는 인사다.



 그는 전날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91년 국내에서 철수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 발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한국 정부가 재배치를 공식 요구한다면 미국은 ‘예스’라고 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의 핵개발로 안보 위협을 느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다면 미국이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고위 인사가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새모어는 “현재 미국은 핵잠수함이나 해외 미군기지 등 한반도 인근의 (핵)전력으로 한국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어 전술핵 재배치는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상징적·정치적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배치가 이뤄질 경우) 전술핵의 양은 적을 것”이라며 “한반도 철수 직전인 90년대 초 공중 발사용으로 항공기에 적재됐던 분량 정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막기 위해 모든 외교적 지렛대를 동원해 북한의 핵개발을 억누르려 할 것”이라며 “대북 경제원조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 대통령이 추진해온 ‘핵 없는 세계’ 정책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의 전술핵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달성되면 즉시 뺄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새모어 조정관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현재는 한국 내에서 재배치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 정부가 그런 (재배치 요구) 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80년대 초 함께 핵개발을 시작한 이란보다 동기·능력에서 앞서 있고 비확산 협정을 어기는 데 세계기록을 보유한 가장 거친(toughest) 국가”라며 북한 핵이 이란 핵보다 시급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핵 없는 세계’를 위해 비핵 국가에 핵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북한과 이란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선 남북대화, 후 6자회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이 원칙을 다짐(commit)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강찬호 기자



◆전술핵=핵로켓포, 핵지뢰, 핵어뢰 등을 말한다. 탑재·운반이 쉬워 전장에서 근거리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다. 상대 국가의 인구 밀집 지역을 초토화해 전쟁 능력을 없애는 전략 핵무기와 구별된다. 한국에는 91년까지 군산 미군기지에 배치됐었다. 미·소 간 핵군축협정에선 사거리 500㎞ 이하 핵무기로 정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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