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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는 핵 … 미, 대북압박 발상의 전환?

중앙일보 2011.02.28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새모어 “전술핵 재배치”



미국 백악관 게리 새모어(왼쪽)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26일 미 동부 터프츠대에서 열린 북한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본지 강찬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게리 새모어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26일 (미 현지시간)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 비핵화 압박과 한국 방위를 위해 ‘핵에는 핵’이라는 카드를 미국이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전날 한국 국회에서 전술핵 도입이 공론화된 것을 꿰고 있었다.



 새모어의 발언은 미국과 우리 정부의 통념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명분 아래 북한의 핵개발에도 불구하고 91년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하지 않았다. 이 선언의 핵심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과 핵재처리 및 농축의 금지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부터 군 당국과 정치권에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고개를 들었지만 정부는 공식 부인해왔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시 국회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다. 미 국방부가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핵 없는 세계’를 내걸고 핵무기 감축을 추진해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동안의 한·미 평가였다.



 그러나 새모어 조정관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가 오바마의 이 공약에 반(反)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북한의 입장을 역이용해 게임의 흐름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감지된다는 풀이다.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핵 협박을 통한 보상 획득에 전력해온 북한의 전술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 역시 북한의 핵개발을 감싸온 기존 입장을 재고해야 할 처지에 몰린다. 반면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핵무기의 핵심 타깃인 한국의 안보불안을 해소해준다.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며 핵무장을 주장해온 한국 내 목소리도 잠재울 수 있다. 일본은 북한을 가장 큰 위협으로 의식하고 있고 러시아는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아 전술핵 재배치 반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의 계산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향후 동북아 정세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한국 핵우산 제공은 현재 작동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군사적 균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다음달 재개될 한·미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 모두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선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 한국으로선 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것의 파기에 대해선 좌파 세력의 반발도 예상된다. 미국 내 강·온파 간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스티브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전술핵 재배치는) 나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핵 없는 세계’ 비전과 충돌하지 않는 논리 개발도 필요하고, 중국의 반발도 변수로 보인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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