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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 보며 느낀 카타르시스, 탁본해 공유하고 싶었죠”

중앙일보 2011.02.28 01:39 종합 27면 지면보기



‘풍류와 화류 사이의 인문학’ 강의 나서는 춤 기획자 진옥섭씨



진옥섭씨는 “기생·무당·광대·한량으로 치부되던 전통 예인(藝人)을 주류 무대에 세워야 한국 춤의 균형대가 맞아 들어간다. 우리 민족이 긴 세월 축적한 동작이 그분들 몸 속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이 남자, ‘구라’ 세다. “춤이야말로 문명과 정반대로 가는 예술이다” “나막신을 신고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걸어나올 때부터 춤이다” 등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이 서려있다. 입담이 얼마나 쫀득했으면 “공연 때는 꾸벅 졸다가도 그가 해설 마이크를 잡으면 귀가 쫑긋 세워진다”란 말이 회자될까.



 진옥섭(47)씨. 전통춤 분야 스타 기획자다. 칙칙하고 세상과 등진 것처럼 느껴졌던 대한민국 전통춤은 진옥섭의 출현과 함께 대중을 만나게 됐다. 그는 초야에 묻혀있던 명인들을 발굴해 주류 무대에 올렸고, 반 발짝 앞서는 기획력으로 트렌드를 주도했다.



특히 2005년 제도권과 재야를 아우르는 6인의 고수를 한자리에 모은 ‘전무후무(全舞珝舞)’전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전통춤 마니아를 형성케 한 결정타였다. 2007년 전통 춤꾼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그려낸 『노름마치』는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한국문화의 집(코우스)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가 이번엔 스타 강사에 도전한다. 강좌명은 ‘풍류와 화류 사이의 인문학’. 3월 말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4주간에 걸쳐 진행한다. 그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전통 춤을 해석하겠다. ‘화류 인문학’이란 새로운 조류를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다졌다.



-왜 강좌를 열게 되었나.



 “춤은 찰나다. 한번 무대에 오르면 휘발된다. 전통춤을 보며 내가 느낀 카타르시스를 탁본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언어가 절실했다. 언젠가부터 미술을 그저 감상만 하지 않고, 읽어 내겠다는 대중의 욕구는 강해졌다. 하지만 ‘춤을 읽겠다’는 정서는 여전히 미약하다. 다들 생산해 내기에 급급할 뿐, 어떻게 유통시킬지에 대한 고민은 전무했다. 게다가 전통춤의 명인들은 곧 사라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원전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시간이 없다.”



-풍류(風流)란 무엇인가.



 “94세인 ‘동래입춤’ 대가 문장원 옹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춤을 짜서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거기서 돈을 받는 야비한 짓을 하지 않는다.’ 그분에게 춤이란 삶의 흔적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몸짓이었다. 한국의 전통춤엔 이런 정서가 강했다. 교본이나 규격화된 동작이 없었기에 아침에 춘 춤이 저녁과 달랐고, 매일매일이 생생한 라이브였다. 풍류란 결국 전통춤이 가지는 멋스러움과 본연의 야생성을 회복하자는 뜻이다.”



-화류(花柳)란 또 무엇인가.



 “민살풀이 명무(名舞) 조갑녀(88)·장금도(83) 옹은 어쩌면 우리 시대 마지막 기생이다. 그분들은 어린 시절 권번(일제 강점기에 기생을 양성하고 관리하던 조합)에서 춤을 익히고 추었지만 함부로 눈웃음을 치지 않았다. 그들의 춤이 교태스러우며 유혹적일 것이라는 건 선입견이다. 두 분의 춤은 담백하고, 긴 침묵이 배어 있다. 춤의 격과 절제미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얼마나 인기가 좋았던지 인력거 두 대를 보내야 간신히 모셔올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가십거리로 치부되던 두 분의 춤을 미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전통춤의 매력은 무엇인가.



 “살아있을 때 한국을 방문한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는 하용부·김운태의 춤을 보고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한국 전통춤은 숨을 내려놓는다. 과도한 호흡과 인위적 요소가 없다. 힘 안 들이고 추는 게 얼마나 고도의 테크닉인지 ‘선수’들은 안다. 현대 예술이 도달하려는 미래에 미리 가 있는 게 한국의 전통춤이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풍류와 화류 사이의 인문학’=3월 28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의 집. 수강료 5만원. 02-301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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