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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이 ‘중동의 미친 개’ 로 불렀던 카다피의 광기

중앙일보 2011.02.28 00:56 종합 5면 지면보기
“날벌레에만 신경을 쓰는지 회담 내내 파리채만 휘둘러댔다.”


반기문 “회담 내내 파리채만 휘둘러”
바이든 “30분 넘게 잠꼬대 하듯 연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7년 9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68)를 면담한 뒤 측근들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당시 반 총장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 중재 요청을 위해 리비아를 방문해 카다피의 트리폴리 천막에서 1시간40분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













 2005년 카다피를 인터뷰한 CNN의 간판 앵커 조너선 만도 23일 ‘괴상한 카다피’라는 기사에서 “천막 인터뷰 도중 카다피가 자꾸 파리채를 휘둘러댔고, 대답에는 두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는 내가 만나본 국가지도자 중 가장 괴상했다” 고 덧붙였다.



 카다피를 만났던 인사들은 그가 예측불가하고 기이한 성격인 데다 ‘광기(狂氣)’에 휩싸인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4년 상원의원 시절 리비아에서 카다피의 연설을 지켜본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부통령은 “두 시간이나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처음 30분간은 잠꼬대하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카다피에게 붙여준 ‘중동의 미친 개’라는 별명이 과장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행들을 소개했다. 카다피는 2009년 처음 참석한 유엔총회에서 할당된 연설시간(15분)을 크게 넘겨 1시간36분이나 발언했다. “유엔본부를 리비아로 옮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이사회다” “신종 플루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세균병기다” 등의 황당한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뉴욕 근교 주택가에 천막을 치고 야영하려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같은 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는 “스위스 같은 마피아 국가는 해체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방문 중에는 돈을 주고 동원한 여성 500여 명에게 코란을 나눠주며 이슬람교로 개종하라고 말해 가톨릭계를 경악하게 했다. 최근에는 “해적 행위는 소말리아의 해양자원을 불법 침탈한 탐욕스러운 서방국에 대한 응답”이라며 해적을 편들었다.



 여성 편력도 남다르다. 지난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은 카다피가 관능적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금발 간호사인 갈리나 콜로트니츠카에 매료돼 늘 함께 다닌다고 전했다. 그의 ‘아마조네스 경호대’는 자신이 직접 뽑은 미모의 여성 40여 명으로 구성됐다. 카다피는 암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뢰하는 극소수에게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국빈과의 회담도 2시간 전에야 시간과 장소를 통보할 정도다. 이런 카다피가 2004년 전격적인 핵무기 포기 선언을 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제2의 사담 후세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케네스 티머만 중동전문기자는 지적했다.



 그는 “카다피가 미군에 붙잡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굴욕적인 신체검사를 받는 장면을 CNN을 통해 지켜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의 라르비 사디크 칼럼니스트는 “카다피가 1969년 쿠데타로 집권했을 때는 나름대로 정치적 이상을 갖고 있었지만, 이후 과대망상으로 나라를 다스려 왔다”고 분석했다. 반정부 시위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시위대를 ‘바퀴벌레’나 ‘쥐떼’로 비유하고 “리비아는 나의 국가다. 나는 여기서 순교하겠다”고 외친 건 카다피의 과대망상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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