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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영자총협회가 왜?

중앙일보 2011.02.28 00:26 경제 1면 지면보기



올 임금인상 3.5% 권고 … 6년래 최고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3.5% 이내에서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2005년 이후 최고치다. 경총의 임금 권고안은 임금 협상 때 기업들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데, 실제 임금은 대개 경총 권고안과 노동계 요구안 사이에서 정해진다. 이에 따라 올해 근로자 임금이 상당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총은 2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1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안’을 채택했다고 27일 밝혔다.



 2005년 이후 경총의 권고안이 3%를 넘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권고는 이례적이다. 경총은 2005년 3.9%의 인상률을 권고한 이후 2006년 2.6%, 2007년 2.4%, 2008년 2.6%로 2% 중반대를 권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에는 노사민정 합의에 따라 권고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선 사실상의 임금 삭감 제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는 동결을 권고했다. 경총 황인철 기획홍보본부장은 “이번 임금 조정안은 지난 2년간 상당수 근로자들이 임금 삭감 및 동결을 통해 고통분담을 해온 점을 감안한 것으로서 올해 공무원 임금이 5.1% 인상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이와 함께 경기 회복을 임금 조정안 상향의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1%로 2002년(7.2%) 이후 최대였다. 여기에 상당수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기대감도 높아졌다. 경총은 일부 기업의 경우 이 같은 기대를 성과급의 형태로 충족시켜왔지만 이것이 어려운 기업에서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5%에 이어 1월에는 4.1%로 높아졌다. 임금 인상폭이 물가상승률 정도는 따라가줘야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하지만 경총은 지금도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은 되도록이면 3.5%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금 협상을 할 것을 주문했다. 고임금의 대기업이 중소기업만큼 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고 중소기업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 본부장은 “오히려 대기업은 임금 인상을 최소화해 여유 재원을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총의 권고안은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안과 큰 차이가 나 올해 노사 간 임금 협상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7일 올해 임금 인상 요구율을 9.4% 이상으로 정했다. 최근 생계비가 크게 오른 것을 반영했다고 한국노총은 밝혔다. 한국노총은 특히 중동 정세 불안으로 추가적인 물가 급등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임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 이르고 물가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9% 이상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총은 과도한 임금 인상은 다시 물가상승 압박 요인이 돼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실질소득과 기업의 경쟁력이 동반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총 박호균 전문위원은 “기업의 지불 능력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 요구는 결국 노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이 올해와 비슷했던 2005년(경총 3.9%, 한국노총 9.4% 요구)의 경우 명목 임금은 6.6% 올랐다.



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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