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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냐 관료냐 … ‘세금 브레인’ 2파전

중앙일보 2011.02.28 00:20 경제 6면 지면보기



주영진·구정모씨 최종 후보로
학계 “학자가 돼야 독립성 유지”
“관료가 리더로 더 적합” 주장도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4대 국회 예산정책처장 후보자가 2명으로 압축됐다. 차관급인 이 자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예산 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구 업무 등을 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국회 요직’으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NABO:National Assembly Budget Office)는 국가의 예산과 결산, 기금 및 재정 운용과 관련된 사항을 연구하고 분석·평가해 국회의 의정활동을 돕는다. 국회가 행정부의 예산을 견제·감시하는 일을 지원하는 것이다.



 27일 국회사무처와 학계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장 추천위원회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주영진(사진 왼쪽)씨와 한국재정학회장을 역임한 학계 원로인 강원대 구정모(오른쪽) 교수를 예산정책처장 후보로 25일 추천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번 주 초 2명 중 한 명을 신임 처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이번 공모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3년 초대 예산정책처장은 학계(최광)가 맡았다. 2대 처장은 행정부 경제관료 출신(배철호)이, 3대 처장은 국회에서 ‘예산통’으로 꼽혔던 입법관료(신해룡)가 맡았다. 재정학계에서는 객관성과 미래지향성을 신임 처장의 조건으로 꼽았다. 서울시립대 임주영(한국재정학회장) 세무대학원장은 “직업 관료 출신도 전문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예산정책처가 행정부와 정당 권력으로부터 휘둘리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학계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다른 재정학자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미국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 의회예산처(CBO)는 정치에 여간해선 휘둘리지 않고, 반드시 발언해야 할 때 침묵하지도 않는다”며 “정부 정책이 나오면 바로 필요한 재원이 얼마인지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공모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재정학자는 “국회가 국회예산정책처법을 바꿔 처장 추천위원회에서 학계의 대표성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번 추천위에서도 국회의장이 추천한 자리를 제외하면 학계에 속하는 추천위원은 7명 중 2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반응도 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재정학자는 “처장은 직접 연구하는 자리가 아니고 조직의 리더로서 관리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료 출신이 더 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회 예산정책처의 존재 이유를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예산정책처장이 임기가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국회가 새로 구성된 것도 아닌데 3대 신해룡 처장이 본인의 의사와 반해 물러나게 된 것부터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국회의장이 처장을 임명한 뒤에도 국회 운영위의 승인을 받는 단계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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