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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교역 늘려야 기아 준다

중앙일보 2011.02.28 00:17 종합 33면 지면보기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식품 가격의 폭등과 식량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모들은 자칫 식탁에 음식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다. 소득의 대부분을 식품에 써야 하는 최빈국 국민들이 받는 타격이 가장 클 것이다. 이들 국가는 지난 수년간 빈곤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정이 별로 나아질 건 없어 보인다. 고단백 위주의 식생활, 증가하는 인구, 바이오 연료 사용의 증가, 기후 변화 등으로 식품 가격은 한동안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며, 특단의 해결책이 없는 한 굶주림과 영양실조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 해법은 식량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빠른 처방은 바로 ‘무역’이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무역을 늘리는 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방법이다.



 무역은 공급이 수요에 따라 이동하는 전송 벨트와 같다. 무역을 통해 식량은 풍부한 나라에서 부족한 나라로 이동한다.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나라에서 식량 생산이 힘든 나라로 전달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내 밀 생산에 30년간 지급하려던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6년엔 완전 폐지키로 결정한 것도 국제무역이란 전송 벨트를 통해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농산품은 다른 상품 교역과 비교할 때 이런 메커니즘이 왜곡될 위험이 더 크다. 각종 보조금과 높은 수입 관세, 수출 제한 조치 등 교역을 가로막는 여러 요인 때문이다. 특히 수출 제한 조치는 직접 영향을 미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08년 국제 쌀 가격이 치솟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꼽았다. 실제로 그해 국제 쌀 교역량은 전년도에 비해 7%(2000만t) 감소했다. 2010년과 2011년 국제 곡류 가격 상승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극심한 가뭄 끝에 수출을 제한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국제 곡물시장 규모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 전 세계 쌀 생산량 중 7%만 교역되고 있다. 밀과 옥수수는 각각 18%, 13%만 수출된다. 안 그래도 열악한 상황에서 각국이 추가적인 무역 규제를 시도한다면 식량을 완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그동안 식량 공급을 위축시켜 온 수많은 규제와 왜곡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하 개발 어젠다의 실천은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도하 합의가 실천되면 먼저 수출 보조금 등 선진국의 보조금 제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보조금 제도는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생산 능력을 해치고 특정 물자에 대해 개도국 생산자들이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편으로 악용돼왔다. 또 관세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식료품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무역의 증대는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다. 무역 때문에 식량 안보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정리=서승욱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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