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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도요타의 미야기 공장 준공이 주는 교훈

중앙일보 2011.02.28 00:17 경제 8면 지면보기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비용절감과 공정개선으로 유명한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19년 만에 일본 땅에 공장을 지었다는 뉴스가 최근 날아들었다.



 도요타는 지난주 일본 동북부 지방인 미야기(宮城)현 오히라에 소형차 공장 준공식을 했다. 올해 카롤라·비츠 등 소형차를 연간 12만 대 생산한다. 일본 내 완성차 공장으로는 1992년 규슈(九州) 공장 이후 19년 만이다. 미야기 공장은 도요타가 이미 2007년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고’가 오기 전이다. 그동안 환경이 많이 달라져 전문가들은 계획이 무산될 것으로 봤다. 2년째 1달러당 80엔대에 머무는 엔고 상황에서 경쟁사인 닛산은 일본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태국으로 옮기기도 했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리콜 사태까지 겹쳐 만신창이가 된 것을 감안하면 미야기 공장은 오기에 가까운 도전이다.



 도요타가 일본에 공장을 지은 것은 생산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현재와 같은 엔고에서 기존 일본 공장에서 아무리 공정개선을 해봐야 이윤을 내기 어렵다. 지난해 연간 생산능력 900만 대 가운데 해외가 60%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금융위기와 엔고의 이중고에서도 3년 동안 일본 내 7만6000여 명의 종업원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대신 비정규직 약 1만5000명을 줄였다. 그 이유는 ‘종업원을 해고하면 자발적인 가이젠(改善)’을 할 수 없다는 경영 원칙에서다.



 미야기 공장은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완성한 조 후지오(74) 회장이 주도했다. 도쿄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지만 공장에서 작업자들과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한 경영자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도요타의 자산은 ‘작업자들이 스스로 공정개선과 비용절감에 앞장서는 가이젠’이다. 이게 도요타만의 특질 유전자(DNA)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야기 공장에 대해 “어떤 환율 악조건에서도 가이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면서 “앞으로 도요타의 국내외 모든 공장은 (미야기 공장처럼) 첨단 생산시스템과 비용절감을 통해 훨씬 더 높은 경쟁력을 지닌 공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기 공장을 비용절감 표준화의 ‘마더(母) 공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장이 들어선 동북지방은 일본에서 인건비가 가장 저렴한 곳이다. 하지만 미야기 공장의 비용절감을 이끄는 본질은 가이젠이다. 그 가이젠은 무서울 정도다.



 비용이 많이 드는 도장(塗裝) 라인도 기존에 도어·보닛·차체 등으로 세분화했던 것을 블록으로 묶어 비용을 줄였다. 천장에 매달아 차체를 이동시키는 비싼 조립라인과 달리 바닥에 저렴한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했다. 이렇게 투자비를 40%나 줄였다. 조립라인도 U자형으로 꺾어 길이와 작업자를 줄여 생산비용을 기존 공장보다 30% 절감했다. 이런 내용의 대부분은 공학박사나 생산 담당 임원이 제시한 게 아니라 작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낸 아이디어다.



 한국에서 도요타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고 각종 비용을 줄이는 구두쇠 경영으로 잘못 이해된 점도 많다. 원래는 ‘(마른 걸레에서) 물은 안 나와도 개선의 지혜는 나온다’는 의미다. 원화 약세의 혜택을 보면서도 국내 투자는 외면하고 해외 공장만 확대하는 한국 대기업들이 미야기 공장 사례를 한번이라도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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