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view &] 아마존 CEO가 프린스턴대 졸업생에게 준 메시지

중앙일보 2011.02.28 00:16 경제 8면 지면보기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학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동문, ○○고시 합격’.



 지난해 연말 찾아간 어느 대학에서 합격자 명단과 함께 내걸려 있는 대형 현수막이 시선을 끌었다.



 필자가 대학 시절,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로부터 현수막 문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대학에 합격하자 그 동네 전체가 자랑거리로 여겨 기차역과 모교 등 동네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고 했다. 생소한 이야기였지만 그 정겨운 풍경에 일견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21세기 대학에서 고시 합격이 그토록 자랑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어리둥절했다. 고시 합격을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름대로 인생의 첫 목표를 달성한 것은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교육의 목표가 고시는 아니지 않은가. 진리 탐구와 다양성이 핵심인 대학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고질적인 청년 실업과 그에 따른 침체된 사회 분위기 탓인지 몰라도 과거보다 활기가 떨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과연 경기 탓인지 아니면 시대가 바뀐 까닭인지에 대한 해석에 따라 처방은 완전히 다르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의 어느 벤처투자가의 집에 나타났다.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에 나타난 자체가 전례가 드문 일이지만 그날 초대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 아니, 세계 파워의 중심이 결집된 느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자리인 왼쪽과 오른쪽에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앉았고 구글·오라클·시스코·야후·트위터·넷플릭스 CEO가 함께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관심을 표명하는 일자리 창출과 교육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날 한자리에서 건배한 이들은 산업·경제·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시대를 바꾸고 있는 혁신의 주역이다. 이들이 창출해 내는 사업 모델에 의해 산업의 규칙은 다시 정해지고 있다.



 이들은 단지 정보기술(IT) 업계의 스타가 아니다. 지식기반 중심의 사회로 지축을 바꾸고 있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거대한 생태계를 창출해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과 더불어 세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그러한 힘을 가지게 된 배경은 결코 학위나 자격증이 아니라 진지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추구했던 삶에 있다. 또 사회 구성원 각각의 창의력과 다양성이 발휘되는 사회 환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을 보면 시험을 통해 오직 승자만 인정받는다. 그 시험이라는 것도 주어진 정답을 잘 풀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새 씨름도 해 보고, 여러 선인의 지혜와 고민을 자기 입장에서 반문하고 고민하는 훈련 과정이 빠져 있다.



 부모의 열성과 교육제도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지식의 습득과 조련에만 의지해서는 험난한 세상을 버텨가기 힘들다. 시험을 위해 얻은 지식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초 발판일 뿐이다. 오히려 얼마나 풍성한 인생 경험과 고민을 해 봤느냐에 따라 창의력과 진지함의 강도는 차이가 난다.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과 학교에서 배출하는 인력의 괴리는 오랜 숙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사회에 나가는 각 개인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해 봤는지 자문했으면 한다. 각 개인의 창의력과 강점이 발휘되는 조직,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진정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자신을 각자 만들어 가도록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자신을 위해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가라’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의 프린스턴대 졸업식 메시지를 사회로 나서는 졸업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