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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투싼은 브라질 중산층 로망”

중앙일보 2011.02.28 00:14 경제 9면 지면보기



‘빅4’ 아성 깬 현대차 비결은



브라질 상파울루 베니히 현대차 딜러점에서 한 여성 고객이 판매직원으로부터 신형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IX35’의 사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의 비즈니스 중심가 베니히에 자리 잡은 현대차 딜러점. 리카르노 고치노(64)는 부인·딸과 함께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5(신형 투싼)’에 오르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현대차를 타는 건 브라질 사람의 로망이 됐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프랑스 푸조를 탔다는 그는 이번에 큰 맘 먹고 IX35로 바꾸기로 했다.



2005년 브라질에 첫선을 보인 투싼 시리즈는 현대차의 위상을 바꿔놓은 히트작이 됐다. 이어 현대차가 2009년 내놓은 해치백 스타일 ‘i30’은 브라질 자동차시장의 각종 기록을 몽땅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i30은 3만6510대가 팔려 일본 닛산 전체 판매량(3만4488대)을 앞질렀다. 베니히 딜러점 미우통 세레스치누(Milton Celestino) 총괄이사는 “i30은 요즘도 하루 두 대꼴로 팔린다”며 “딜러 생활 13년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자동차시장은 최근까지 ‘빅4’인 피아트·폴크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가 지배해 왔다. 다른 브랜드는 뚫고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빅4의 아성이 너무 강했던 게 되레 독이 됐다. 타성에 젖은 빅4는 소비자를 외면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브라질에선 자동변속기를 단 차가 드물었을 정도다. 이를 흔든 건 한국·일본 차였다. 혼다는 2005년 자동변속기를 단 소형차 ‘피트(Fit)’로 바람몰이를 했다. 현대차도 투싼에 이어 i30을 앞세워 브라질 자동차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때마침 브라질에선 ‘중산층 혁명’이 일어났다. 2003년 집권한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 대통령의 성장정책 덕에 브라질의 중산층이 두터워졌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산층은 자동차·가전제품·휴대전화 소비붐을 일으켰다. 자연히 브랜드는 물론 디자인·품질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를 일찌감치 간파한 건 현대차였다. 투싼을 내놓으면서 알루미늄휠·에어백·가죽시트를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며 ‘럭셔리’ 전략을 펼친 것이다. 기존 자동차에선 볼 수 없었던 산뜻한 디자인에 탐나는 기본 사양과 럭셔리 이미지까지 얹으니 브라질 중산층이 열광했다. 현대차는 내친김에 소형차 현지 공장도 짓기로 했다. 25일 기공식을 한 피라시카바(Piracicaba) 공장에선 내년 말부터 브라질시장을 겨냥한 소형차가 쏟아져 나온다.



 현대차 김기태 중남미지역본부장은 “2013년엔 소형차 공장에서 만든 15만 대 외에 신형 쏘나타·제네시스 등을 15만 대 이상 공급해 3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이라 고 말했다.



 일격을 당한 빅4도 반격에 나섰다. GM은 벡트라·애자일, 푸조는 308·508 모델을 브라질시장에 새로 내놓았다. 도요타와 닛산도 신흥국 전용으로 개발한 소형차를 브라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맞아 현대차가 판매망을 재정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현지 딜러는 “현대차가 당장 눈앞의 실적에 홀려 판매에만 집착하고 소비자를 외면한다면 빅4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정경민 특파원



“미주 지역 뜨거운 반응 … 우리도 놀라워”



양승석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차 양승석(사진) 사장은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열린 소형차 공장 기공식에서 “미주 지역의 폭발적 반응에 우리도 놀라고 있다”고 기자들과 만나 말했다.



그는 “2012년 말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자마자 최대 생산능력인 15만 대까지 공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주 공장 증설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을 어떻게 보나.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은 물론이고 2015년엔 남미 축구 축제인 코파아메리카컵 대회가 브라질에서 열린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330만 대 수준인 브라질 차 시장이 2015년께 500만 대로 커져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의 브라질 공장 착공이 다소 늦은 건 아닌가.



 “애초 2008년 상파울루주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착공이 지연됐다. 그러나 공기를 앞당겨 내년 말 15만 대 생산시설을 전부 가동할 계획인 만큼 수요 확대에 대응할 준비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미국 시장에 선보인 신형 에쿠스의 반응이 폭발적인데.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보름 만에 195대가 팔렸다. 올 1월에도 256대가 나갔다. 애초 연간 2000대 판매 목표였는데 최하 1000대 이상 목표를 높일 계획이다. 더욱이 에쿠스는 고가 전략으로 갔음에도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우리도 놀라고 있다. 미 동부지역에 눈이 많이 오는 걸 감안해 에쿠스에 4륜 구동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브라질 공장 증설 소문이 계속 나온다.



 “미국과 브라질 공장 증설은 없다. 소문일 뿐이다. 국내(한국) 공장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피라시카바=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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