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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웨이밍 베이징대 고등인문연구원장,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과 대담

중앙일보 2011.02.28 00:02 종합 17면 지면보기



“중국, 일방적인 북한 두둔은 잘못”



두웨이밍 베이징대 고등인문연구원장(오른쪽)과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이 24일 고려사이버대학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편드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두웨이밍(杜維明·두유명·71) 베이징(北京)대 고등인문연구원장은 북한의 천안함 도발이나 연평도 포격과 관련,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초조한 상태여서 어떤 일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장기적으로 무역 등의 관계가 밀접해지는 한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중요해도 경제 성장을 위해 한국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두 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계동 고려사이버대학에서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과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1996년부터 12년간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장을 역임한 두 원장은 유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유학 주창자다. 그는 지갑에서 1000원권 한국 지폐를 꺼내 퇴계 이황의 초상을 보여주며 “유학자의 초상을 지폐에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중국 학자들에게 퇴계가 그려진 1000원짜리를 보여주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중국 지폐에는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초상화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대담 내용.



 함재봉-중국 정부가 최근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등 유교를 장려하고 있다. 중국이 유교를 내세워 민족주의로 나가는 것 아닌가.



 두웨이밍-정치 지도자들이 유교를 편리한 통치수단으로 활용할 위험이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내에서 유교를 장려하는 세력은 정치권이라기보다 지식인과 국민들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여전히 레닌과 마오쩌둥의 사상을 전면에 내세운다. 유교적 인본주의는 생태학적·페미니스트적·사회주의적·다원론적 인식에 대한 창조적인 반응이랄 수 있다.



 함-북한 사회는 가부장제 등 유교적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두-북한은 유교의 나쁜 측면만을 받아들인 것 같다. 유교에서 충성이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걸 의미한다. 또 유교는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정신을 장려한다. 유교의 주요한 가치인 공공 이익과 이상에 대한 충심, 타인에 대한 존중 등은 매우 정교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유교의 주요 가치를 왜곡한 채 잘못 사용하고 있다.



 함-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중국과 북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두-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사회다. 주민들이 중동 등에서 시위가 일어나는지조차 모른다. 중국도 정보를 통제하고 있으나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중동과 같은 혁명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 본다. 중국은 독재정권이 아니다. 다만 권위주의적일 뿐이다. 현 시점은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나는 중국이 번영하는 민주국가가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선 시민사회 요구에 대해 초조해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위안화 절상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함-중국 정부는 대외 문제보다 빈부 격차 등 국내 문제에 더 관심을 쏟는 것 같다.



 두-중국은 국내 문제에 민감하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상하이(上海) 엑스포를 치르면서 걱정한 것은 국내 안정이다. 중국 현대사는 바람 잘 날 없었다. 한국전쟁과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엄청난 사건들이 잇따랐다. 이런 경험을 통해 중국 정부는 국내 안정을 무엇보다 중시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경제 성장에 따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보 통제 등을 통해 시민사회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국내 문제에 편집증적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두웨이밍=현대 유교철학자 가운데 대표적인 세계적 석학이다. 안정적인 지구촌 공동체의 건설·유지를 위해 유교를 바탕으로 한 ‘문명들의 대화’를 역설한다. 중국 쿤밍(昆明)에서 태어나 대만 둥하이(東海)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에서 석·박사를 땄다. 프린스턴대·UC버클리·하버드대에서 40년간 교수로 지낸 뒤 2009년 6월부터 베이징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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