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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아이들 데리고 다니다가 아빠끼리 친구됐어요

중앙일보 2011.02.28 00:01 경제 18면 지면보기
아이와 뒹굴며 씨름을 한다. 휴일이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잠자리에선 책을 읽어준다. 가요를 함께 듣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든다…. 친구 같은 아빠 ‘프렌디(Friendy)’의 모습이다. 불과 한 세대 전 ‘엄부(嚴父)’시대엔 꿈도 못 꿀 일. 이상적인 아버지상(像)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는 여전히 집 안에만 머물러왔다. 집 밖에서 ‘학부모’ 역할은 온전히 엄마 몫이었다. 하지만 바뀐 아빠들, 이젠 밖에서도 구경꾼 역할만으론 성이 차지 않았던 걸까. 애들 아빠로 만나 모임을 만들었고 친목을 다지기 시작했다. ‘아빠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그 현장을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만났다.


아빠 네트워크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아이 친구 아빠로 만나서 내 친구가 됐다. 아빠들의 아이스하키 동호회 ‘서울아이스이글스’의 ‘파파스’ 팀 선수들이 2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연습을 끝내고 포즈를 취했다.





일요일 오후. 빙상장 탈의실로 중년 남성들이 모인다. “왔어?” “다리는 이제 괜찮아?” 무심한 듯 건네는 인사. 호들갑스럽지 않아 더 각별한 사이 같다. 이들은 아이스하키 동호회 ‘서울아이스이글스’의 ‘파파스’ 팀원들이다. 2006년 결성돼 현재 23명이 매주 두 차례씩 모여 훈련을 한다.



출발은 ‘하키 대디’들의 모임이었다. 아이스하키를 배우는 초등학생 아들의 짐을 들고 빙상장을 찾아온 아빠들이었다.



“처음엔 서로 말도 잘 안 했어요. 각자 자기 애 신발 신겨주고 연습하는 거 구경하다 끝나면 애 데리고 집에 갔죠, 뭐.”



창단멤버인 박동원(43·의사·서울 이촌동)씨의 기억이다. 큰아들 시훈이(서울 용강중 2)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같은 학교 친구 몇몇과 함께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프렌디’ 아빠들도 일요일 연습 때마다 따라왔다. 서먹한 눈인사로 시작된 아빠들 사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나눠 피우며 통성명을 했고, 첫 골을 넣은 아이 아빠가 한턱을 내겠다고 나선 날 처음으로 식사를 같이 했다. 그렇게 2년. “우리도 하자.” 어느새 친구 사이가 된 아빠들이 의기투합해 팀을 만들었다.



영화제작사 신씨네 신철(53) 대표도 ‘파파스’ 멤버다. 올해 초등 4학년이 되는 외아들 동연이 덕에 아이스하키를 접하게 됐다. 신 대표 역시 6개월은 그냥 ‘동연이 아빠’로 따라다니기만 했다. 아이 선배 아빠들의 권유에 스틱을 잡았다는 신 대표는 “아이스하키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또 아빠들과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아이들까지 친형제처럼 묶어준다.



아빠들의 동호회 활동은 여러모로 유익했다. 우선 자기 아들과의 ‘부자유친’이 절로 이뤄졌다. “아빠와 놀이터에서 장난감 퍽으로 아이스하키 연습을 한다”(이지호·서울 경기초1), “경기 끝난 뒤 아빠가 핫초코·라면 사주실 때가 제일 좋다”(박태훈·경기초5)라며 아이들도 자랑스럽게 증언한다. “‘골리(골키퍼 역할을 하는 포지션)’인 아빠가 막고 있는 골문으로 골을 넣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짓궂게 말하는 사춘기 소년 영섭이(서울 신동중 3)에게서도 아빠와의 거리감은 찾아볼 수 없다. 아빠팀과 아이들팀을 모두 지도하고 있는 서울아이스이글스 김정수 감독은 “아이들과 아빠들이 서로 코치를 해주며 대화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며 아빠들끼리 더욱 친해진 건 물론이다. 서로 몸을 부딪치며 하는 운동이어서인지 금세 동지애가 생겼다.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심야연습을 하는 화요일에는 뒷풀이도 신나게 한다. 어느 동창과 그렇게 자주 만날 것인가. 박동원씨는 원년멤버 신원창(43·사업·서울 청담동)씨를 가리키며 “내 절친”이라고 말했다. 매일 전화통화를 두세 통씩 하며 안 하는 얘기가 없다는 것이다.



‘아빠 네트워크’가 단단해지자 엄마들 관계도 더욱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가족 단위 모임 횟수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어린이날엔 ‘파파스’팀 가족들이 모두 모여 운동회를 열었고, 여름에는 수상스키 캠프도 함께 갔다. 박동원씨의 부인 손경리(39)씨는 “가족들끼리 자주 만나니 남의 애도 내 자식처럼 여겨지더라”고 했다. 내 아이, 네 아이 구별 없이 모두 함께 먹이고 입히고…. 마치 가까운 친척처럼 편안한 사이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아빠 네트워크에 대해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아빠놀이학교’ 권오진 교장은 “좋은 아빠 되기도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 하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정문화운동단체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 역시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든 ‘가족동아리’는 각 가족이 서로 멘토링 역할을 하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단, 너무 ‘끼리끼리’ 교제에 빠져들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건 경계해야 할 점이다. “비슷한 취미,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의 편안한 관계에 너무 안주하지 말고 교제의 범위를 넓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송 대표의 조언이다.



‘아빠 네트워크’ 만들고 싶다면, 참여해 시작해보세요



스포츠클럽



아이스포션(www.isportion.co.kr)



와우스포츠클럽(club.cyworld.com/wowsportsclub)



리틀키즈어린이스포츠클럽(www.little-k.co.kr)





체험학습



아빠와추억만들기(cafe.naver.com/swdad)



농촌체험(www.nongchon.net)





봉사활동



자원봉사활동 맞춤정보시스템(nanum.sd.go.kr)



한국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www.habitat.or.kr)



가족자원봉사(nanumfamily.kbedu.or.kr)





‘좋은 아빠’ 교육



두란노아버지학교(www.father.or.kr)



하이패밀리(www.hifamil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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