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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1조 개 위력 태양폭풍, 2~3년 내 발생 가능성”

중앙선데이 2011.02.27 02:01 207호 12면 지면보기
멀리서 보는 태양은 만만해 보이지만 실제론 상상 이상이다. 지름은 지구 109배인 139만km, 부피는 130만 배, 질량은 33만 배다. 태양 표면에서 엄청난 폭발①이 일어난다. 태양폭풍이다. 원자폭탄 100만 개가 동시에 폭발한 것보다 100만 배 더 큰 태양폭풍 에너지②가 우주 공간을 가로지른다. 수성·금성 다음이 지구다. 다행히 지구에는 자기장③이 있다. 웬만한 태양폭풍은 자기장의 힘으로 막는다. 그러나 더 세지면 자기장을 누르고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2년 태양폭풍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건 허황된 얘기다. 마야 달력과 태양 주기가 비슷하게 일치하는 것은 순전한 우연일 뿐이다. 오히려 2013년이나 2014년에 태양흑점주기가 최고조에 달해서 그 결과 엄청난 태양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우주기상예측센터 톰 보그던 소장 한국 언론 첫 인터뷰

미 우주기상예측센터의 톰 보그던 소장이 태양 흑점 그래프를 들고 있다. [톰 보그던 제공]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관인 우주기상예측센터 소장 톰 보그던 박사의 말이다. 보그던 박사는 국내 처음으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2013년 태양폭풍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과학계 일각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흔히들 우주폭풍이라 부르는 태양폭풍은 영화 ‘2012’를 계기로 큰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2012년 12월까지만 달력에 표시해 인류 멸망을 예고한 마야의 달력과 태양 폭풍을 연결시켜 ‘태양폭풍으로 지구의 핵 활동이 활발해져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고, 얼음이 녹아 바다가 대륙을 삼킨다’는 내용이다. 미항공우주국(NASA)가 ‘어이없는 SF 영화’라고 무시했지만 종말에 대한 관심을 어느 때보다 높였었다.

‘태양폭풍’이란 주제가 다시 관심을 끄는 것은 실제로 태양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 과학자들이 태양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며 앞다투어 태양폭풍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의 주요 의제도 태양폭풍이었다.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자문인 존 베딩턴 박사는 회의에서 “태양이 오랜 정적 주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주 기상문제를 두려움을 갖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사실 태양폭풍의 위력은 ‘지구의 눈 높이’로는 가늠이 어렵다. 2006년 12월 일본의 히노데 위성이 가장 먼저 어림짐작을 해냈다. 태양면 폭발의 이미지를 관측, 태양폭풍이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를 시속 160만㎞가 넘는 속도로 방출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좀 더 부연하면 ‘원자폭탄 100만 개가 동시에 터지는 것보다 100만 배 더 큰’ 위력이다. 태양폭풍은 우주 공간을 빠른 속도로 가로질러 지구와 충돌한다. 태양폭풍엔 방사능 물질이 실려 있다. 달을 기준으로 100억t이 쏟아져 내린다. 고스란히 맞는다면 재앙이다. 그러나 다행히 지구에는 대기가 있고 자기장이 있다. 대기와 자기장이 폭풍의 방사능과 유해 요소를 막아낸다.

폭풍 진원지는 태양 흑점 주변이다. 흑점이 폭발하며 표면의 고에너지 플라스마를 방출하는데 이게 바로 태양폭풍이다. 흑점은 대략 11.1년을 주기로 많아졌다 적어졌다를 반복한다. 많아지고 커지면 태양 내부가 격렬하다는 의미다.

NASA는 2013년 5월을 ‘태양 흑점 극대기’로 예측한다. 루브첸코 청장도 “문제는 심각한 태양폭풍이 올지 안 올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큰 것이 올 것인지다”고 했다. 청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더 전문가인 보그던 박사를 소개했다. 보그던 박사가 책임을 맡은 우주기상예측센터는 우주 기상을 연구하는 가장 전문적인 기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양폭풍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
“2005년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기억하나. 태양폭풍은 이게 비교조차 안 된다.” 미 국립연구위원회(NRC)에 따르면 글로벌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는 2조 달러(약 2254조원)다.

-그런데 한국 과학계 일각에선 태양폭풍 우려가 과장됐다고 한다.
“아니다. 위성통신 같은 첨단 통신 장비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생활에 태양폭풍은 심각한 위협이다. 당장 오지 않는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지금부터 전 지구적으로 협력해 차근차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피해가 왜 발생하나.
“태양폭풍은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진 않는다. 문제는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키는데 있다. 지구 대기권에서 전자장 장애를 일으켜 전자기기·통신 장애가 발생해 피해를 주는 것이다.”

사실 ‘태양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익숙한 얘기다. 지난 15일 오전 10시50분쯤 태양 흑점이 폭발, 태양풍이 초속 500㎞로 지구에 닥쳐 단파통신 장애를 일으켰고 전자제품이 오작동했다.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군용 단파 무전 통신이 불통됐다. 일본 통신 위성을 관리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는 지난 15일 ‘주의상황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2003년 10월에도 강력한 태양 폭발이 있었다. 그 영향으로 아리랑 1호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인공위성이 손상을 입거나 데이터 오류를 일으켰다.

-그렇다면 왜 태양폭풍으로 인해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영화 ‘2012’의 내용을 부인하나.
“고대 마야인의 달력이 2012년 말에 끝나는 것과 인류 멸망을 예언한 종교적 믿음을 태양폭풍과 연계시키는 것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그런 전설과 태양 흑점주기가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순전히 우연한 결과다.”

-2013년 태양폭풍 발생은 정확한 얘기인가.
“태양 흑점 주기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인데 문제는 그 주기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규칙적이지는 않다. 또 태양 흑점 극대기라고 해서 항상 심각한 피해를 낳는 태양 폭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대비이고, 특히 각국 간 정보 교류를 통한 국제적 협력의 터를 닦아야 할 때다.”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같이 들린다.
“태양 흑점 극대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극대기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점은 짐작하지만 구체적인 것을 알 수는 없다. 만약 폭발의 자기장 방향이 지구의 자기장 방향과 일치하지 않으면 지구 자기장에 교란이 일어나고, 따라서 위성이 궤도에서 튕겨져 나가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다. 1859년과 1921년의 ‘극단적 우주 기상’도 태양 활동의 극대기에 발생하지 않았었다.”

-그 정도 피해에 그치나.
“아니다. 대비를 하지 않으면 최악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통신을 담당하고 있는 지구 정지위성이 실질적으로 망가진다. 태양을 향한 지구 쪽에서는 수 시간 동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이 정지되고 하이파이 통신이 안 된다. 물론 이런 것은 하루 정도면 회복된다. 그러나 세 번째는 다르다. 중도~고위도 사이에 분포한 전력 수송 장치, 그 가운데 주로 전력망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질 것이다. 대체 전환 장치가 그리 많지 않아 수리하는 데 수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89년 캐나다 퀘벡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를 보라.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주의 날씨에 영향을 덜 받아왔던 전통적인 여러 수단들이 우주 기상에 영향을 받는 첨단 기술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첨단 기술에 미치는 우주폭풍의 영향을 이해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제공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보통사람들에겐 내비게이션 장애로 항공기의 무더기 결항·회항 사태나 위성 통신이 두절되는 게 두드러질 것이다. 그래서 GPS나 위성 서비스, 전력 공급 없이 일정한 시간을 버티는 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다시 묻지만 우주폭풍 가능성이 진짜 있나.
“소위 ‘극단적 우주 기상’라고 부르는 태양폭풍을 우리는 ‘고충격-저가능성’이라고 부른다. 가까운 수년 내 그런 엄청난 태양폭풍이 닥칠 가능성은 작다. 2020년대에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50~100년 사이의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자연은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전형적인 카오스 시스템이다. 사건은 드물지만 일어난다. 카트리나와 ‘검은 백조’도 드물지만 일어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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