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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같은 집값 급등 없을 것, DTI 다시 묶느냐가 변수”

중앙선데이 2011.02.27 01:28 207호 22면 지면보기
전셋값 급등이 집값을 끌어올릴 것인가. 최근 주택시장에선 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전셋값은 도무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까지 25개월 연속 올랐다. 2009년 1월 이후 누적 상승률은 22%나 된다. 정부가 잇따라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좀체 ‘약발’이 듣지 않는 상황이다. 집값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값을 기준으로 석 달 연속 오름세다. 하지만 상승폭은 아직 크지 않다.
석 달간 누적 상승률은 0.5%였다. 거래량은 지난해 11~12월에 큰 폭으로 늘었다가 올 들어 다소 주춤한 상태다.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전셋값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전셋값 뛰면 집값 따라 오를까 … 25년간 주택시장 흐름 분석


중앙SUNDAY는 국민은행 부동산조사팀에서 자료를 받아 1986년 이후 25년간 전셋값과 집값의 흐름을 분석했다. 크게 보면 전셋값 급등이 집값 상승을 촉발한 사례는 두 번이었다. 87~90년의 ‘1차 전세대란’과 99~2002년의 ‘2차 전세대란’이다. 두 번 모두 4년간 여섯 단계에 걸쳐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①주택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 발생하자→②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오르고→③투기적 가수요가 가세해 집값 오름세를 부채질하고→④집주인들은 집값이 비싸진 만큼 전셋값을 더 올리고→⑤정부가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면서→⑥결국 전셋값과 집값이 안정을 되찾는 식이었다.

최근 ‘3차 전세대란’을 과거와 비교하면 두 번째 단계의 초입에 해당한다. 전셋값 강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주택은 다른 재화에 비해 공급 부족이 해소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면 땅을 사들이는 데서 시작해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 준공·입주까지 최소한 2~3년이 걸린다.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실수요 위주의 전세시장은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해결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예전처럼 결국 집값이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를 것인가. 전문가들도 자신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상황은 저금리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고 주택공급은 부족하다는 점에선 1, 2차 전세대란 때와 비슷하다. 반면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인구구조의 고령화 등은 과거 상황과 다른 점이다.

3월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과 관련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계절적으로는 결혼식이 몰려 신혼부부들의 전세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다. 더 큰 변수는 정부가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풀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묶느냐, 아니면 풀어주는 기한을 연장하느냐다. DTI를 풀면 실수요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는 쉬워지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수준인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출자의 연령과 재산 상태를 고려해 DTI 규제를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많아 고정소득은 없지만 빚을 갚을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겐 DTI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DTI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DTI 규제 완화 연장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이 쉬워지는 효과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 99년보다 2%P 낮아
25년간 세 차례에 걸쳐 전세대란이 벌어진 최대 원인은 주택공급 부족이었다. 1차 전세대란이 발생했던 80년대 중후반은 만성적으로 집이 부족한 시기였다. 70년 78.2%였던 전국 주택보급률(1인 가구 제외)은 인구 증가와 핵가족화에 의한 가구수 증가로 85년 69.8%까지 떨어졌다. 특히 서울에선 주택보급률이 50% 수준에 불과했다. 지방 인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로 몰려드는데 서울은 이미 ‘초만원’이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전세난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전셋값 급등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2차 전세대란은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와 외환위기의 여파로 발생했다. 97년 한보 사태 이후 동아·우방·청구·보성 등 주요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여기에다 외환위기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신규 아파트 건설사업은 급속히 위축됐다. 전셋값은 98년 22.4%나 떨어지며 사상 처음 ‘역전세난’이란 것을 경험하게 된다. 공급 부족의 부작용은 이듬해 경기회복과 함께 본격화했다. 전셋값은 99년에만 32.5%나 뛰어오르는 등 2002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3차 전세대란에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건설업체들은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일제히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다. 그러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택 경기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기존 사업장은 상당부분 미분양으로 남고 신규 아파트 건설은 사실상 ‘올스톱’된 것이다. 이에 따른 공급부족의 여파는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모두 10만9000가구로 지난해에 비해 36%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저금리로 인한 ‘돈 풍년’과 물가 상승도 1~3차 전세대란의 닮은 점이다. 1차 전세대란 시기엔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으로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경제성장률은 86~88년에 걸쳐 매해 10%를 웃돌았다. 83~87년 2~3%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7.1%로 껑충 뛴 데 이어 91년엔 9.1%로 정점에 도달했다.

2차 전세대란은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과 경기회복이 도화선이 됐다.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에 매겨지는 콜금리는 외환위기 직후 연 30%까지 치솟았다가 99년 4.75%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98년 마이너스 5.7%에서 99년 10.7%로 급반전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75%로 99년에 비해 2%포인트 낮다.
 
주택보급률 전국 101%, 서울 93%
하지만 과거 전세대란과 최근 상황은 분명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를 기준으로 이 비율은 지난달 44.8%였다. 2차 전세대란이 발생했던 99년 말(56.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셋값이 최근 2년간 많이 올랐어도 집값의 절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기도(48.3%)와 인천(47.7%)도 지난달 40%대에 머문 반면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대도시는 모두 60% 이상이었다.

고종완 대표는 “수도권 지역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50%인 것을 감안하면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50%를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전세수요가 주택 구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해외 경제 불안 등은 부정적 요인이어서 과거와 같은 집값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 김주철 리서치팀장은 “같은 수도권이라도 이미 일부 지역은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60%를 넘어서며 매매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거품 논란이 생길 정도로 집값이 비싸진 점도 집값의 추가 상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2009년 기준으로 8.9배에 달했다. 서울에서 빚 없이 집을 장만하려면 약 9년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2차 전세대란이 발생했던 99년 서울의 PIR은 6.7배였다.

가계부채는 800조원에 육박하는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79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770조원)에 비하면 석 달 만에 25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쳐 석 달간 10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7~9월(5조4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9월은 정부가 DTI 규제를 완화한 시점이었다.

씨티프라이빗뱅크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가 보편화된 것도 예전엔 볼 수 없던 일”이라며 “세입자 입장에선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과 집주인에게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셋값 상승이 시차를 두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그 영향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식 거품 붕괴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들은 주택보급률의 상승과 인구구조의 고령화를 근거로 내세운다. 주택공급은 포화상태에 가까운데 수요는 머지않아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주택보급률(1인 가구 포함)은 전국이 101.2%, 서울이 93.1%였다. 인구는 2018년 정점에 도달한 뒤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란 게 통계청의 예상이다. 하지만 통계청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1인 가구)은 꾸준히 늘어나 전체 가구수는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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