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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면 고객·주주도 혜택받아

중앙선데이 2011.02.27 01:19 207호 27면 지면보기
Q.일하기 좋은 기업은 무엇이 다릅니까? 성과도 좋습니까? 구성원 우선주의를 표방하는데 구성원이 과연 주주나 고객보다 우선이라고 할 수 있나요? 종업원 지주제가 구성원이 우선인 직장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은 아닙니까? 구성원 우선주의는 업종과 관계가 있나요? 일하기 좋은 기업에 맞는 CEO는 어떤 리더인가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6>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①

A. 회사 설립 당시부터 저는 구성원 중심의 경영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구성원이 주인인 회사는 저의 오랜 꿈이자 스스로 한 약속이었습니다. 구성원을 내부 고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부 고객이 스스로 만족스러우면 성과가 좋아져 외부 고객이 행복해지죠. 그 결과 외부 고객이 제품을 다시 구매하고 주변에 추천도 하다 보면 당연히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지게 마련이에요. 일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이런 경영은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할뿐더러 바람직한 노사문화를 가꾸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한미파슨스는 ‘일하기 좋은 기업’(GWP)을 회사의 미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 구성원이 경영비전 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는데, 여기에 명시한 미션에 ‘구성원들에게는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어 즐겁고 보람 있는 일터를 제공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월요일마다 복창하는 이 미션은 비전, 핵심가치와 더불어 회사 경영의 기본 틀이죠. 좋은 일터를 제공하는 것은 말하자면 한미파슨스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GWP를 지향하는 기업으로서 우리 회사는 종업원이나 직원 대신 구성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구성원이라는 말엔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죠. 반면 종업원은 경영진과의 주종관계를 연상시킵니다. 기업의 구성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기업은 곧 사람입니다. 우리 회사는 외환위기 당시 단 한 명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땐 아예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호황기에 구성원 1~2%를 정리한 일은 있습니다만.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의 구성원들은 조직을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배반한 쪽은 오히려 조직 또는 경영진이었죠. 그 바람에 국내 유수의 기업을 비롯해 많은 회사에서 조직문화가 붕괴했습니다.

GWP 운동은 기업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같은 조직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당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실력은 4강에 들기엔 역부족이었지만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 국민의 열광적인 성원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꿈을 이루지 않았습니까. GWP를 지향하는 조직의 구성원은 열정이 넘치고 자부심과 주인의식이 있습니다.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면서 즐겁게 일하죠. 이런 조직은 성과도 훨씬 좋습니다. GWP의 핵심적 요소가 상호 신뢰, 조직에 대한 자부심, 동료애랄까 좋은 동료관계인데 이런 조직의 구성원은 일도 재미있어 합니다. 그러니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죠.

또 구성원들이 회사에 출근하는 게 즐거워야 합니다. 포춘이 발표한 GWP 100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의 유통기업 컨테이너 스토어는 휴가를 떠난 구성원들이 동료를 그리워하고 빨리 출근하고 싶어 안달한다고 합니다. 구글처럼 크고 유명한 회사도 아니에요. 이 회사 킵 틴델 CEO는 “회사는 직원이 출근하는 것을 즐겁게 여기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저 역시 전 구성원이 비전을 공유하고 출근하고 싶어 안달인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GWP에 맞는 리더는 약자를 배려하는 서번트 리더십의 소유자입니다. GWP는 구성원이 기업의 주인이 되는 운동입니다. 주인이 되게 하려면 그런 철학을 지닌 리더가 구성원을 주인으로 대접해야죠. 구체적으로 구성원 우선의 정책을 써야 돼요. 우리 회사는 사규를 적용할 때 해당 조항이 모호하면 구성원에게 유리하게 해석합니다. 경영지원 부서엔 ‘회사 편이 아니라 구성원 편에 서라’는 지침을 줬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구성원을 종처럼 다루면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주인의식이란 말이 구호성에 그치는 거죠.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인센티브 등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줘야 합니다. 주주들도 구성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경영진과 구성원, 주주가 책임의식을 갖고서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선순환이 완성됩니다.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하면 GWP를 실현하기에 좋은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죠. 매우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날개를 다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회사는 상장 후 지분이 다소 분산됐지만 그때까지 100% 구성원 지주회사였어요. 구성원이 곧 주주인 만큼 노사 구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종업원 지주제가 GWP의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이런 제도 없이도 구성원이 우선인 직장으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GWP 운동을 벌이니까 “당신네는 돈을 잘 버니 그런 것도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CEO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돈은 노사 분규로 치르는 비용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입니다. 회사가 선제적으로 구성원 우선의 경영을 하면 사실 노조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누가 큰 병에 걸리면 회사 차원에서 지원할뿐더러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돕습니다. 바자도 열고 모금운동도 벌이죠. 다른 회사처럼 책상을 치우지도 않습니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나서 휴직했다가 병세가 호전돼 복직한 사람이 있습니다. 수술 후 열한 번의 항암 치료를 받은 그가 돌아왔을 때 우리는 업무를 잠시 미루고 전 구성원이 환영 파티를 열었습니다. 중병에 걸린 가족도 동료들이 나서서 도왔습니다. 회사와 상관없었지만 구성원 한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땐 자녀의 취업을 돕는 등 회사가 그 유가족을 끝까지 돌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결속력에 비하면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말 별것 아닙니다.

구성원 우선주의는 업종과 관계없습니다. 블루칼라 중심의 제조업체도 실천할 수 있어요. 최근 캐논 안산공장을 방문하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공장은 우리처럼 GWP란 말은 안 쓰지만 GWP의 정신이 살아 있었습니다. 회사 측이 직원들을 존중하고 인간적으로 대했는데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성과란 구성원을 잘 대우하고 이들이 고객을 만족시킬 때 고객이 보내는 박수와 같은 것이죠.”(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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