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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행복, 사람에서 찾아라

중앙선데이 2011.02.27 01:07 207호 30면 지면보기
20대에 미국 이민을 떠나 자수성가한 74세 김모씨. 2년 전 귀국해 지방 실버타운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노인을 위한 문화시설과 간병 서비스가 발달한 미국을 떠나 굳이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명했다. 주위 사람과 인간적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영어가 서툰 편인 그는 어릴 때 체득한 문화가 달라 미국 어디를 가도 미국 노인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에 왔더니 생활은 불편하지만 친구가 많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자기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한국의 노인문화센터와 경로당이라고 전했다.

은퇴생활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가족, 건강, 취미, 소득, 사회관계다. 이것들을 골고루 갖추었을 때 행복한 은퇴설계는 완성된다. 그중 은퇴자의 사회관계란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취미·가족관계 등을 통해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사귈수록, 다양한 연령층과 연결될수록 행복지수는 올라간다. 그렇다면 노년의 사회관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가족관계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많은 베이비 부머가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살지만 정작 은퇴 이후에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은퇴 이후에는 가족 중심으로 생활이 변해 간다. 특히 가장 오랫동안 교류해야 하는 상대는 배우자이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잘 유지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배려하고 대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녀에게도 권위적인 자세를 버리고 정신적인 멘토와 대화상대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에 대한 잔소리는 사랑을 갉아먹는다’는 격언을 잊지 말고 좋은 대화법을 선택하고 연습해야 한다.

둘째, 은퇴생활의 여러 단계를 염두에 두고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은퇴생활은 일반적으로 활동기(70대 중반까지), 회고기(70대 후반), 간병기(80대 초반), 배우자 사별 이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활동기에는 취미생활과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인간관계에서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회고기에 들어갔을 때 친구가 급감하거나 바깥 사회와 교류관계가 끊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셋째, 인간관계 형성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젊고 건강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야말로 노후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다. 서로 소통하고 함께 도전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둬야 한다. 선진국에선 사회봉사와 취미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용돈을 버는 은퇴자도 많다. 내가 지금 속한 곳에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경우 그 열매는 은퇴 이후에 돌아온다.

넷째, 소셜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시대의 사회교류가 가능해진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활동하기 힘들어져 집이나 실버타운에서 외롭게 생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미국 은퇴자들의 경우 온라인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애쓰는 추세다. 한국은 세계 수준의 인터넷 환경을 자랑하는 만큼 블로그페이스북 같은 인맥 연결 사이트와 온라인 동아리 활동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과 공감하고 교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풍부한 인간관계는 풍요로운 삶으로 연결된다. 하버드 대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웩슬러는 관계의 심리학에서 중년 이후에 최악의 인간관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기보다는 자기 기대수준을 낮춘 다음, 주위 사람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 최상의 시기를 만들 수 있다고 처방한다. 주위에 대해 서운함과 원망과 분노를 품지 않게 마음을 잘 다스려야 노년의 삶이 행복해진다.



우재룡 연세대 경영학박사(투자론). 한국펀드평가사장,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행복한 은퇴설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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