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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하면 외국어 줄줄사라지는 언어의 국경‘하나의 세계’ 현실로

중앙선데이 2011.02.27 00:40 207호 20면 지면보기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그 도시를 건설하기를 그쳤더라.”

자동통역기 시대

기독교 성서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다. 성서 속 말이 맞다면, 2011년은 인류가 바벨탑 시대 이전, 즉 언어가 하나이던 때로 돌아가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간 쌓아 왔던 인류의 자동통역 기술이 열매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용 자동통역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20여 년 전 대학시절 언어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한 말이 떠오른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인간을 대신해서 외국어를 통역해주는 기계가 나오는 일은 없을 거야. 언어란 생물이라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 시절보다 훨씬 전부터 선진국들은 자동통역기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자동 통역기술을 연구해 왔다. 일본도 지난 20년간 매년 20억 엔(약 270억원)씩 투자해 왔다. 모든 문서를 23개 공식언어로 제작하느라 연간 11억 유로(약 1조70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유럽연합(EU) 의회도 통역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최우선 연구과제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자동통역은 적어도 2개 이상의 언어가 관련되기 때문에 국가 간 공동 연구가 절실하다. 91년엔 자동통역 연구를 선도하는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과 대학이 모여 ‘C-STAR’라는 협회를 만들어 공동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복잡한 자동통역 기술의 고리들이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번역의 기본이 되는 전자사전이 나오고,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 인공음파를 조절해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이 발명됐다. 컴퓨터의 용량이 커지고 처리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통역 기술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통역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에 자동통역기 ‘프레이즈레이터(phraselator)’를 투입했다. 초기 버전은 PDA 정도 크기로, 화면에서 통역할 문장을 선택하거나 음성으로 문장을 입력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새로 출시된 제품은 영어를 40여 개 언어로 통역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미리 저장된 문장 범위 안에서만 통역이 가능한 단점은 있었지만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부대에까지 보급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 각국은 자동통역 기술을 대표적 미래 선도 기술로 꼽고 있다. IBM은 2007년 효과가 클 실용화 대상 기술 중 자동통역을 1위로 예측했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도 2008년 지난 50년 역사의 5대 발명품 중 하나로 자동통역 기술을 꼽았다. 우리나라 정부도 2009년 미래생활 전반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120개의 정보기술(IT) 기술수요를 대상으로 실시간 통역기술 등 36개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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