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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까지 대상 시간과 장소까지도 작품”

중앙선데이 2011.02.26 03:17 207호 3면 지면보기
작가 이우환(75·사진)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말하면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 만든 것과 만들지 않은 부분의 시적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대상이란 거기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반드시 거기 관련되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말한다. “나의 예술은 내가 만드는 부분을 한정하고 내가 만들지 않은 부분을 받아들임으로써, 서로 침투하기도 하고 거절도 하는 다이내믹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관계 작용에 의해 시적이고 비평적이며 초월적인 공간이 열리기를 바란다. 나는 이것을 ‘여백의 예술’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저 빈 공간을 여백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거기엔 무언가 리얼리티가 결여돼 있다. 예컨대 큰 북을 치면 소리가 주위 공간에 울려퍼지게 된다. 큰 북을 포함한 이 바이브레이션의 공간을 나는 여백이라 하고 싶다.”

이는 그의 예술세계의 핵심이자 새로운 미술운동 ‘모노하(もの派)를 이끌어가는 핵심 이론이다. 그는 단순히 대상이 아닌, 대상 외의 것, 예를 들어 시간과 장소까지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대 이후의 미술의 태반이 일종의 ‘재제작’이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한번 이루어진 원형을 단지 눈에 보이는 형태로 카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노하’란 그런 현실에 의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시작된 무브먼트다. 모노하 작가들에게 모티프는 단지 제작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제작되는 ‘것’과 ‘시간’과 ‘장소’가 작품에 크게 작용하고 반영된다는 일이다.”

그는 1936년 경남 함안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재학 중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에서 하이데거, 푸코, 퐁티 등의 철학을 공부했다. 이어 구조주의 및 현상학 이론 등을 작업에 적용시키며 일본에서 ‘모노하’ 운동을 이끄는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 71년 제7회 파리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을 오가며 포스트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1994), 파리 국립 쥐드폼 미술관(1997), 삼성미술관(2003), 본 쿤스트 미술관(2005), 브뤼셀 왕립미술관(2009) 등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도쿄 다마 예술대학 교수, 파리 에콜 드 보자르 방문 교수 등을 지내기도 했다.

그에게 작품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는 관객을 아우르는 하나의 ‘사건’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말한다. “작품이 시대를 넘어서 살아남으려면 개념적인 확인이나 즉물적인 힘이 아닌, 그 어떤 초월적인 시학(詩學)을 내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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