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린 시절의 불편한 기억과 마주치다 ‘문성식-풍경의 초상’전

중앙선데이 2011.02.26 02:52 207호 6면 지면보기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Stars, a Scope Owl and MyGrandmother)(2007), pencil on paper, 48.5*106㎝,
문성식 작가가 돌아왔다.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5년 만이다. 2005년 약관 스물다섯의 나이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했던 그다. 워낙 꼼꼼한 터치로 유명한 그는 이번 전시에도 많은 작품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 작품에 보통 5~6개월가량 걸리고 3년간 붙들고 있던 작품도 있다고 했다. 그가 작품에 표현하는 것은 “의식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약간 불편한 느낌이 좋아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풍경 같은 것들요. 특히 어릴 적 시골(경북 김천)에서 자라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가 있어요.”

2월 24일~4월 7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문의 02-735-8449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는 어릴 적 한 방을 쓰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여름날 밤의 느낌을 살린 연필 드로잉 작품이다. “할머니의 굳은 몸을 처음 본 날, 밤하늘은 너무 맑고 소쩍새 소리는 아주 컸어요. 동네 분들이 다 모여 어수선한데 할머니는 안 계시고…. 할머니의 죽음과 엉겨 붙은 그 이상야릇한 감정을 꼭 그려보고 싶었어요.”

‘밤의 질감’은 그가 맘먹고 그린 작품이다. “낮에는 나무들이 우거진 산이 밤이 되면 먹통으로 변하죠. 어둠, 그 만질 수 없는 존재를 물질화시키고 싶었어요. 크고 숭고한 어둠이라는 개념을 형상화하기 위해 제 노동력과 맞바꿨습니다.” 가로 3m, 세로 1.5m의 장지는 세밀한 겹겹의 검정으로 칠해지고 또 칠해졌다.

한밤중 올무에 걸려 울던 고라니의 울음이나 재개발로 온통 뒤집힌 야산도 그에겐 고스란히 ‘그림’이 된다. 그 ‘불편함’은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물감이 돼 보는 이의 마음에 얼룩진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