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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흙냄새

중앙선데이 2011.02.26 02:26 207호 11면 지면보기
동네 길마다 경운기 발동 소리가 요란합니다. 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바쁩니다. 살결에 닿는 따뜻한 바람이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그만큼 마음도 바빠집니다. 이제는 농사일할 때입니다. 들판 곳곳이 분주합니다.
“진즉에 밭에 나오셨나 봐요?” “일찍 하니 나와서 일하고 있다가는 놀아야지.” “뭐 하고 노세요?” “방에서 테레비나 보는 거지 뭐 별 놀 게 있나.”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술술 말을 받아가며 열심히 땅을 뒤엎습니다. 자랑스럽게 몇 마디 더 하십니다. “이 짝에는 고추 심고, 저 짝에는 콩하고 토란 심고, 저 우에도 내 밭인데 거긴 취나물 심어 부직포를 벌써 깔았지.” “흙이 참 고실고실하네요.” “먼저 퇴비를 깔고 땅을 뒤집어야 잡초도 안 나고 땅도 숨을 쉬지.”

할아버지 밭에는 이미 5m 간격으로 대봉감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이것저것 심을 요량인가 봅니다. 들판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이 겨울과 봄의 경계를 이어갑니다. 땅은 뒤집혀도 시간의 흐름은 뒤집히지 않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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