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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일간지 중 단독 인터뷰] 내털리 포트먼

중앙일보 2011.02.26 02:15 주말섹션 2면 지면보기



2011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난 꾸미지 않는다 순수는 강하다”
레옹의 마틸다에서 ‘블랙 스완’의 니나로 날개를 펴다
“매 순간 직감을 따랐다 … 한 번도 나쁘지 않았다”





이 여성, 참 오달지다. 13세에 영화 ‘레옹’ (1994)으로 데뷔할 때부터 그랬다. 영화에서 외계의 공주, 선머슴 같은 소녀, 삭발한 투사 등 진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예쁘고, 청순 가련한 이미지의 배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이미지는 착하고 심지 굳으며, 당당한 여성이었다. 스크린 밖의 모습도 당차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버드대(심리학 전공) 시절에는 “공부가 우선”이라며 대부분의 영화 촬영을 사절했다. 그러면서도 여성인권 운동가, 동물애호가로서 부지런히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녀의 이름은 내털리 포트먼이다. 올해 서른 된 그녀가 인생의 절정을 맞고 있다. 지난해 이후 영화계의 이런저런 상을 받은 데 이어, 28일(한국시간)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j가 포트먼을 직접 만나고 왔다. 크리스챤 디올의 화장품 브랜드 ‘디올 코스메틱’이 얼마 전 미국 뉴욕에서 마련한 행사에서다. 포트먼이 디올 코스메틱의 새로운 얼굴이 됐음을 홍보하는 자리였다. 아시아 일간지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앙일보가 초청 받았다. 포트먼을 만나고 돌아서며 문득 오드리 헵번이 떠올랐다. 포트먼 역시 오드리 헵번을 아름다운 여성의 표상으로 꼽았다.



 뉴욕=성시윤 기자



포트먼은 ‘레옹’의 마틸다 이후 줄곧 순수하고 선한 이미지의 여성을 연기해왔다. 순수함은 포트먼의 장점이자 한계였다. 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겐 여전히 ‘마틸다’였다. 포트먼을 새로운 광고 모델로 선택한 클로드 마티네즈 ‘디올 코스메틱’ 사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그녀의 과거 영화 역시 ‘레옹’이었다.



 배우로서 포트먼이 반드시 해야 할 도전은 영화 ‘블랙 스완’ 속의 발레리나 ‘니나’의 그것과 똑같았다. 뉴욕 시립 발레단 소속의 니나는 연습벌레다. 그녀는 발레 단장(뱅상 카셀 분)이 야심 차게 선보일 ‘백조의 호수’ 공연의 프리마돈나로 뽑힌다. 선(善)의 상징인 백조 연기를 능히 소화해 냈지만 악(惡)의 상징인 흑조 연기는 너무나 버거웠다. 단장은 “너 자신을 버려(Lose yourself)” “유혹해 봐(Seduce it)”라고 호통친다.



 포트먼을 지켜봐 온 관객에겐 발레리나 ‘니나’의 성공이 곧 배우 포트먼의 성공이기도 했다. 영화 밖의 그녀는 결국 성공하고야 말았다. 세계의 언론은 ‘포트먼의 재발견’이라는 표현으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블랙 스완’은 국내에선 24일 개봉했지만 미국에선 이미 지난해 12월 3일 상영됐다. 따라서 인터뷰 질문에도 ‘니나’를 염두에 둔 것을 많이 포함했다. 완벽주의, 유혹, 여성성 따위였다. 포트먼이 ‘마틸다’에서 ‘니나’로 바뀌었음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사진=Benjamin Decoin for Christian Dior Parfums






●배우로서 정상에 선 것 같다. 지금의 심정은.



 “계속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바랄 뿐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사랑하니까.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릴 적 당신이 꾸었던 꿈을 돌이켜 본다면.



 “배우가 되고 싶었다. 여행도 많이 하고 싶었다. 운 좋게 그 꿈을 이루고 있다. 난 참 운이 좋았다.”



●배우로서, 여성으로서 당신의 삶은 어떠했나.



 “모르겠다. 매 순간 내 직감을 따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이 된 게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 그 모든 것이 인생 아닌가(Everything is part of path).”



●‘블랙 스완’ 얘기를 해보자. 발레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촬영에 들어가기 1년 전부터 하루에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시간까지 연습했다. 몸무게가 9㎏ 빠졌다. 아주 혹독했다. 발레리나의 인생이 어떤 것일지 이해하는 데 진짜 도움이 됐다. 발레리나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집중하고, 얼마나 혹독한 고통과 훈련을 감내하는지 알았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더는 발레 연습을 하고 싶지 않다.“



 춤추기를 좋아하는 포트먼은 영화 데뷔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발레를 배웠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블랙 스완’을 구상한 것은 15년 전이라고 한다. 포트먼의 ‘마틸다’ 시절이다. 감독은 일찍부터 그녀를 주목해왔다.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완벽주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것이 제때, 제 장소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나 자신에게 친절할(kind to myself) 뿐이다. 난 즐거움, 편안함, 기쁨 이런 걸 좋아한다.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punish myself) 그런 사람은 아니다.”



 영화를 위해 포트먼에게 발레 지도를 해 준 이는 뉴욕 시립 발레단의 무용수 벵자망 밀피에였다. 그는 ‘블랙 스완’에도 출연해 니나를 상대하는 남자 무용수 역할을 했다. 둘은 연인이 됐고, 2세가 올여름쯤 태어난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발레단장은 니나가 흑조의 관능미를 표현하지 못하자 호통을 친다. 그러면서 상대 무용수에게 묻는다. “너라면 저런 통나무와 사랑을 하고 싶겠냐.” 곤혹스러워 대답을 못하던 남자 무용수. 그가 포트먼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다. 역시 세상은, 아니 예술은 묘하다.



●여성성을 정의한다면.



 “섬세하고도 순수한 것. 순수함에서 강함이 나오지 않나.”



●유혹을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나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포트먼은 2004년 빈곤 여성을 위해 소액 대출을 지원하는 국제공동체지원재단(Hope for FINCA)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에콰도르·과테말라·에티오피아 등에 가서 직접 어려운 여성들을 만나기도 했다.



●인권운동을 위해 해외 현장에도 많이 나가는데.



 “수십억 명이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매우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하루가 어떤 것인지, 그들을 기쁘고 슬프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들으면 추상적 개념이 좀 더 사실적으로 바뀐다. 그럼으로써 사소한 것에 사로잡혀 있던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해외에서 어떤 경험을 했나.



 “하루에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여인, 13세에 결혼을 해야 하는 아이, 돈이 없어 학교에 못 가는 여성을 많이 봤다. 심각할 정도로 빈곤한 그들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고, 계속 내게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노력이 많이 필요할 뿐 그런 상황이 반드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란다면 결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현재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소녀들의 교육이다. 교육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무수한 소녀들을 보며, 내가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새삼 깨닫는다. 교육은 소녀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디올과 함께 그런 사업을 준비 중이다.”



 포트먼은 동물 애호주의자이며 채식주의자다. “해외여행 중 기억에 남았던 호텔이 어디냐”고 묻자 케냐의 코끼리 보호 캠프에 있는 친환경 호텔을 꼽았다. 그녀는 “코끼리가 넘어뜨린 나무들로 모든 건물을 세우고, 목욕물도 우물에서 길어오는 곳”이라고 즐거워했다.



●채식주의를 어떻게 고수하는지 궁금하다. 힘들지 않나.



 “채식을 한 지 20년 됐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에게 맞는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선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내게 식사란 내 신념을 하루 세 번 주창하는 행위다. 나는 하루 세 번씩 나 자신에게 ‘생명을 존중하고, 다른 생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개인생활과 사회참여 여러 면에서 당신은 존경을 받는다. 부모님이 가르쳐 준 교훈은.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 친구의 가족들, 그리고 낯선 이를 위해서도 배려했다. 부모님을 통해 나는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라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나.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함께 식사하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것 말이다.”



 이스라엘 태생인 포트먼은 실제로 가족과 전통을 아주 중시한다. 그녀의 본명은 ‘내털리 허쉴레그’였다. 그가 예명으로 쓰는 ‘포트먼’은 할머니의 처녀 시절 이름이었다. 포트먼이 가족을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신은 영화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생의 아이콘은 누구인가.



 “특별히 누구 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인 구달이나 힐러리 클린턴처럼 지혜롭고 강한 여성을 존경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찍기 위해 삭발도 했다. 이미지 변신을 즐기는 편인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기대하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영화배우란 어떤 직업인가.



 “배우의 일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상상하는 것이다. 직접 만나볼 가능성이 없는 사람의 삶을 말이다. 말하자면 완전히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매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똑같다. 영화 관객도 같은 체험을 한다.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은, 다른 사람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니까.”



●지금까지 많은 감독과 일해왔다. 당신에게 진짜 영감을 주었거나 함께 일해보고 싶은 감독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과 코언 형제를 가장 좋아한다. 23세에 처음 자기 작품을 만든 젊은 감독 레나 던햄도 좋아한다. 한국의 박찬욱 감독도 대단하다(amazing).”



●한국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한국에 한 번도 못 가봤다. 진짜 가보고 싶은데…. 내가 자란 환경엔 유대인과 한국인이 많았다. 내가 다닌 학교의 학생 중 절반이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유대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교육, 가정, 그리고 음식조차도 마치 내가 속해 있는 사회 같다고 할까. 내가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본 것들이다. 한때 LA의 한인타운 근처에도 살았다. 그래서 한국어로 된 노래방·식당 간판도 많이 봤다. 물론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실제 한국 이미지와는 다를 것이다.”



●당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여성은 누구인가.



 “오드리 헵번이다. 그녀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엿보이는 여성이다. 대단히 친절한 품성을 느낄 수 있다.”



 포트먼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솔직함 같았다. 자신에 대해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터뷰 중에 많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던진 질문을 포트먼은 피하지 않았고 ‘모범생 답안’을 내지도 않았다.



●자신의 얼굴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나.



 “한때는 그런 게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길 바라고 사는 것은 인생을 잘 사는 게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일 뿐이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배우가 아닌 때의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일상에선 아주 캐주얼하다. 집에 있을 땐 샤워 이후에 곧바로 머리도 안 말리고 화장도 전혀 안 한다. ‘스파이더맨’의 본 모습이랄까. 하하.”



●나쁜 습관이 있나.



 “손톱 언저리의 각질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매니큐어 스페셜리스트가 ‘포트먼,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묻을 때가 많았다.”



●당신에겐 야망이 많은 것 같다. 2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와, 20년 뒤? 글쎄, 모르겠다.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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