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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하버드대 나온 ‘엄친딸’…배우 내털리 포트먼, 출생에서 지금까지

중앙일보 2011.02.26 02:13 주말섹션 4면 지면보기
‘옥수수 머리’(cornhead). 내털리 포트먼의 어릴 적 별명이다. 출생 직후 머리 모양을 보고 할머니가 붙였다. 그 아이가 만인을 감동시키는 ‘은막의 스타’로 자랐다. 의사 아버지에 빼어난 미모, 하버드대 졸업장까지-. 그녀는 누가 봐도 ‘엄친딸’이다. 그렇다고 겉만 번드레하진 않다. 연기와 배경만으론 포트먼을 묘사할 수 없다. 젊지만 그녀에겐 또렷한 인생관이 있었다. ‘유대인 정체성, 학구열, 직업적 야망’ 같은 게 그렇다. 올해 서른 살. 아직 길진 않지만, 굵직한 포트먼의 삶을 들여다봤다.


“영화 스타보단 똑똑한 게 더 좋다”

김준술 기자





“내 고향은 예루살렘”









블랙 스완의 한 장면.



포트먼의 부모는 유대인이다. 가족은 그녀가 세 살 때 미국에 왔다. 워싱턴DC·뉴욕·코네티컷 등에서 27년을 살았다. 이쯤 되면 본토박이 미국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포트먼은 ‘뿌리’를 얘기한다. “미국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예루살렘에 있다. 고향이라고 느끼는 곳, 그곳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런 자존감은 집안 내력에서 물려받은 걸까. 증조부는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숨졌고, 증조모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정보기관 첩보원이었다. 숨은 정체성은 그녀의 외부로 표출됐다. 포트먼 전기를 쓴 제임스 디커슨은 “글과 그림을 통한 자기표현(self-expression)이 포트먼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봤다. 배우도 표현하는 직업이다. 씨앗부터 그 자질이 농후했다는 소리다.





“우리 아빠는 여자 임신시키는 사람”



그녀의 재능은 부모에게서 절반씩 물려받은 듯싶다. 어머니는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아버지는 과학을 좋아한 ‘불임 전문의’였다. 어릴 땐 엉뚱한 구석도 있었다. 5세 때 미국 메릴랜드의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포트먼이 처음 이목을 끈 건 외모가 아닌 ‘입’ 때문이었다. 부모 직업을 묻는 교사 질문에 “여자 임신시키는 사람”이라고 답해 깜짝 놀란 학교가 진상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포트먼은 4세 때 춤을 배워 동네 무대에서 공연도 했다. 깜찍한 외모는 ‘길거리 섭외감’이었다. 10세 때 피자 가게에 들렀다가 화장품 회사 레브론에서 모델 제의를 받는다. 거절했다.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야망이 컸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걸 위해 뛰었다. 난 심각한 꼬마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연예계 입문 동기생













꿈을 향한 실천이 따랐다. 영화 캠프에 참여하면서 방학을 보냈다. 열 살 때 뮤지컬 ‘루스리스!’(Ruthless!) 오디션을 치렀다. 훗날 팝스타로 등극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배우 로라 벨 번디의 대역으로 나란히 뽑혔다. 운명의 순간은 13세에 찾아왔다.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에서 킬러를 사랑한 소녀 ‘마틸다’ 역의 오디션을 봤고 낙점됐다. 능청맞고 당돌한 연기에 세계가 주목했다. “저는 이미 다 자랐어요, 나이만 들면 된다고요”(I am already grown up, I just get older)라는 그녀의 명대사는 아직도 회자된다.



 배우 인생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1990년대 중반 ‘히트(Heat)’와 ‘화성침공(Mars Attacks)’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정사 장면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여기보다 어딘가에(Anywhere but Here)’ 출연을 거부했으나, 웨인 왕 감독과 배우 수전 서랜던의 대본 수정 요구로 연기를 수락했다. 99년 말 개봉된 이 영화로 포트먼은 골든 글로브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90년대 후반엔 ‘스타 워즈’ 속편에서 제국의 군대에 맞서는 파드메 아미달라 여왕으로 나왔다. ‘보이지 않는 위협(The Phantom Menace)’을 포함해 3부작에 출연했다. ‘클로저’(Closer, 2004)에선 앨리스 역을 맡아 탁월한 심리묘사로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탔고,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예쁜이 역’에만 충실하진 않았다. 도전과 변신을 감행했다.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가 그렇다. 삭발로 등장해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며 멋들어지게 배역을 소화했다. 악역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 출신이기 때문에 역을 맡았다. 어릴 때부터 내 대화 소재의 일부는 늘 테러와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스타보단 ‘똑똑한 여자’가 되고 싶다



포트먼은 ‘학업 사수파’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외국어에 꽂혔다. 프랑스·일본·독일·아랍어를 연마했다. ‘스타 워즈’ 속편 1부작인 ‘보이지 않는 위협’의 시사회가 열렸을 땐 참석하지 않았다. 고교 졸업시험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서였다. 대학 때도 당찼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4년간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타 워즈’가 예외이긴 했지만 그마저 여름방학 때 찍곤 했다.



 2003년 6월 5일 하버드대 석사학위를 쥐었을 때다. “전 대학이 배우 커리어를 망친다 해도 좋아요. 영화 스타보단 똑똑한 게 더 좋으니까요.” 그는 재학 중 기숙사 로웰하우스에서 사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한 교지 『하버드 크림슨』에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버드에선 ‘기억’을 주제로 ‘사물 연속성과 관련한 전두엽 활성화(Frontal Lobe Activation During Object Permanence)’ 논문을 썼다. 그녀가 하버드에 간 이유? “사람들에겐 ‘심리적 함정’이 있어요. 성격·능력·업적보다는 외모가 매력적인 여자에게 사람들이 끌릴 것이라는. 하버드에서 재능 많은 사람들과 섞이면서 제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견해낼 수 있었어요.”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다









임신한 내털리 포트먼과 아이의 아빠인 발레리노 벵자망 밀피에.



포트먼은 배역에 빠르게 몰입했다가 또 빠져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일까. 정작 자신은 끔찍한 ‘무대 공포증’이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연극 무대에 가끔 설 때 대사를 잊을까 걱정한 적이 많다고 한다. 그걸 견뎌내고 여기까지 왔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어려운 심리연기에 도전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창조적인 일엔 두려움이 내재돼 있어요. 그 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고민만 하는 사람도 많죠. 그런 걱정을 멈추면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에 맞설 각오가 생깁니다.”



  ‘블랙 스완’의 성공은 겹경사를 몰고 왔다. 요즘 그녀는 여름에 세상을 볼 배 속의 분신(分身)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그녀처럼 똑 부러지는 아들로 키우길 원할까. 바람이 있다고 한다. “내 앞에 놓인 우선순위는 아이를 유대인으로 키우고 싶다는 거죠. 하지만 궁극적으론 좋은 사람,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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