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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이 시대의 ‘유일한 박사’ 기대합니다

중앙일보 2011.02.26 02:10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학연구학회장




부자는 정신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족 총재산이 30억원 이상인 분들을 보통 부자라고 합니다. 약 30만 가구쯤 되는 것으로 금융기관들은 추정합니다. 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상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져 가장 많은 약 370조원의 재산을 보유했던 전설의 부자 록펠러는 독점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재산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려 하자, 더러운 돈은 받지 않겠다는 그들의 절규에 반성을 시작하며 ‘자선의 길’을 걸었습니다. 록펠러의 유언에 따라 미국 뉴욕의 수돗물 값을 지금도 록펠러 가문이 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부자 전문가들이 록펠러보다 더 수준 높은 부자로 칭송하는 분이 고(故) 유일한 박사입니다. 재산 축적의 목적이 조국 독립이었으며, 자신의 죽음이 임박하자 유한양행을 사회에 완전히 헌납하면서 중역이었던 아들과 조카를 회사에서 내보냈다는 믿기 힘든 일을 했지요.



 얼마 전 저도 ‘좋은 부자’ 소리를 듣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왜 돈을 모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버님이 가난한 선생님이었죠.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보기 좋아 학교를 세우려고 작심했습니다. 아직 학교는 못 만들었어요.” 그 부자는 사업 초기 10여 년 동안 회사의 화장실 청소를 직접 했다는데, 지난해엔 거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뿐입니까. 어느 창업주는 “내가 회사를 떠난 후 얼쩡거리지 않으니 회사가 잘됐다”고 필자에게 자랑했습니다. “나한테 가장 덤비던 놈을 회장 만들고, 그다음으로 대들던 친구를 사장 만드니 회사가 너무 잘됐어요.” 그는 자신이 가진 주식의 3분의 1은 가족에게, 3분의 1은 회사에, 나머지 3분의 1은 사회에 바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가맹점 수백여 개를 가진 대표이사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그가 대기업 사옥 앞에서 노점을 하자 회사 사람들이 ‘보기 안 좋다’며 내쫓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보고는 “그냥 두라”고 해서 그때부터 신이 나서 장사를 했습니다. 원칙이 있었습니다.



“제가 120만원 가지고 노점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내가 만든 토스트를 먹는 분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고 설탕을 안 넣었습니다.” 설탕을 안 넣는 대신 야채에서 단맛을 뽑아냈더니 대박 길이 열리더랍니다. 그는 가맹점 업주들에게 환원 차원에서 초기 가맹비 2000만원을 꼬박 돌려줍니다. 나아가 필자에게 “수십만 평짜리 어린이 재단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여러 번 밝혔습니다.



 요즘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가 대한민국에서 널리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인력을 취약계층 중에서 고용해,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는 사회 창조형 경영을 하는 곳입니다. 아예 “일자리를 주려고 기업을 일으킨다”는 조직도 생겼습니다.



며칠 전 발족한 ‘사회적 기업 진흥원’은 독립선언문을 발기한 33인과 동일한 숫자의 직원들이 일합니다. 고용노동부 파견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지만, 앞으로 1만 개의 사회적 기업을 창설하는 주역이 되겠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제 한국으로 파급된 ‘사회적 기업’은 부자가 따뜻한 손을 펼칠 수 있는 아주 뜻있는 조직입니다. 회사 이익금이 다시 취약계층에 돌아가는 구조가 법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학교를 꿈꾸고, 사회를 투명하게 하고, 어린이 재단을 만들려는 분들을 포함해 이 땅의 진정한 부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길 사회적 기업에 잉여 재력 일부를 투자한다면 어떨까요. 그냥 기부하는 돈과 비교해 사회적 기업은 ‘재생산’이 가능한 곳입니다.



 얼마 전 부자동네 회장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우리 집사람 이름으로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면 될까요?” “예, 그렇게 하십시오. 일반 기업의 주주와 달리 소유권만 있지, 실제로 재산권은 없습니다. 그리고 봉사도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부자와 빈자가 손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기업의 지주회사를 사회적 기업 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진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부자학연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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