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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우슈비츠서 살아남은 시

중앙일보 2011.02.26 00:28 종합 22면 지면보기








살아남은 자의 아픔

프리모 레비 지음

이산하 편역, 노마드북스

148쪽, 1만원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스러운 일이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유명한 발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남은 이의 시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도르노는 틀렸다. 저자 프리모 레비(1919∼1987) 같은 대학살의 생존자에게 시 쓰기는 야만스러운 일이라기 보다 반드시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실존적 절규였지 싶다.



 모두 60여 편의 시를 실었다. 한결같이 시의 맨 얼굴, 언어의 맨 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꾸밈이 없고 전하는 바가 분명하다. 너무 반듯한 걸음걸이여서 싫증이 날법 한데도 그게 그렇지 않다. ‘아우슈비츠 체험’이라는 강력한 전기(傳記)적 사실의 자장 안에서 시를 읽게 되기 때문이다.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게/난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문득,/늙은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올라/하얀 뼈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포솔리 수용소의 석양’이라는 시의 일부다. 하얀 뼈 같은 눈물.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이 맺혀야 눈물이 뼈처럼 되는지 짐작조차 못하겠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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