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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넘버원이 되고 싶다면 까칠함으로 승부하라

중앙일보 2011.02.26 00:27 종합 22면 지면보기

교보문고 - 중앙일보 ‘이달의 책’연중기획


온리 원 상품 만들려다 서로 닮기
차별화는 ‘더’ 아닌 ‘덜’ 에서 시작

2월의 주제 변화하고 싶은가, 다르게 생각하라



중앙일보가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와 함께 기획연재하는 ‘이달의 책’ 코너입니다. 2월의 주제는 ‘변화하고 싶은가, 다르게 생각하라’로 정했습니다. 이 주제와 어울리는 3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디퍼런트』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삶의 정도』입니다.













디퍼런트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살림Biz, 326쪽

1만5000원




1980년대 미국의 대형 병원들이 처음으로 환자의 사망률을 공개키로 했다.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제대로 실력 평가를 받겠다는 취지였다. 물론 병원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병원들이 위독한 중환자들 받기를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실험적인 임상 치료나 난치병 진료를 중단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났다. 일단 사망률만 낮추고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병원들은 안정적인 진료에만 몰두하게 됐고, 경쟁을 통한 차별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했다.



 이런 촌극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각 기업의 마케터들은 항상 시장 조사를 하고, 자기 브랜드의 포지셔닝맵을 그려 본다. 객관화된 툴을 통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문영미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보기에, 결과는 신통치 않다. 차별화는 커녕 오히려 그나마 있던 브랜드의 특성만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볼보와 아우디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볼보는 단연 안정성 면에서, 아우디는 디자인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마케터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항목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볼보는 “더 섹시한 디자인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설문 내용에 귀 기울였고, 아우디는 “더 견고하게 만들라”는 충고에만 민감했다. 결국 볼보는 아우디를 향해, 아우디는 볼보를 향해 달려가면서 자기 색을 잃게 됐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던 당초 취지는 ‘평준화의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디퍼런트의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기업의 사례를 들며 저자는 “달라지라”고 권한다. 세계 IT업계를 선도하는 애플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치료를 위해 휴직하기 전의 모습. [중앙 포토]



 스타벅스가 샌드위치 메뉴를 개발하는 동안 맥도날드가 매장 안에 커피바를 만든 것, 웨스틴 호텔이 숙면을 모토로 한 ‘헤븐리 베드 서비스’를 내놓자 힐튼에선 비슷한 컨셉트의 ‘세로니티 베드 서비스’를 만든 것 모두 비슷한 경우다. 어느 정도 매출을 늘려 시장에서 ‘넘버 원(number one)’의 제품이 되는데 도움이 됐을 진 몰라도, ‘온리 원(only one)’ 브랜드가 되는 데는 오히려 장벽이 된 것이다.



 그간의 차별화는 제품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걸 의미했다. 치약에 치석제거, 미백효과를 추가하거나 기존 콜라의 라인업에 다이어트코크, 체리코크, 레몬코크 등을 얹는 식이다. 전문용어론 전자를 ‘추가적 확장’, 후자를 ‘증식적 확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엔 한계가 있다. 오래지 않아 경쟁업체의 추격이 시작되기 때문에 마케터들은 또 다른 확장을 준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신화와 같이 믿어왔던 마케팅의 고정관념을 깰 것을 주문한다. 선택을 힘들게 할 만큼 과도한 제품라인, 부담스러울 정도의 서비스에 지쳐 있는 소비자에겐 이젠 좀 불친절할 필요가 있다고 도발한다. 배송, 조립 서비스도 없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구업체 이케아, 어린이세트 하나 없이 단 6개의 메뉴만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한 인앤아웃 버거, 날씨 게임 쇼핑 코너 등을 다 없애고 프론트페이지에 검색창 하나만 띄워 포털계를 평정한 구글 모두 기존 상식을 뒤 엎은 ‘역브랜드’의 성공 사례다. ‘더(more)’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덜(less)’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그러면서 체험형 매장, 신선한 재료, 빠른 검색속도라는 각각의 강점에 브랜드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지금도 벤치마킹 보고서나 포커스그룹인터뷰(FGI) 결과를 분석하고 있을 현장의 마케터들에겐 “이를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저자의 충고가 불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차별화란 결국 불균형한 상황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중간한 팔방미인 브랜드보다는 자기 분야에서의 애플, 구글이 되고자 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비움의 미학’에 귀기울여 볼 만 하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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