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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다보스포럼에서 문화예술을 보다

중앙일보 2011.02.26 00:26 종합 29면 지면보기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1912년 토마스 만(Thomas Mann)이 집필을 시작한 소설 『마의 산(Der Zauberberg)』에 나오는 다보스는 평평한 곳이 하나도 없는 스위스의 산골 마을이다. 공기가 맑은 이 동네 요양원에서 결핵치료를 받고 있는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Hans Castorp)는 함께 요양을 받고 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배운다.



 평소 한적한 다보스가 매년 1월 마지막 한 주일 동안은 세계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국제도시로 바뀐다. 세계 각국 대통령과 총리, 장관, 대기업 회장, 종교 지도자, 비정부기구(NGO) 책임자, 문화인, 학자 등 2400여 명이 모여 5일 동안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하는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3년 만에 다시 참석한 다보스포럼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2008년에 열린 회의에서는 기업·산업·무역·투자·국가경제 등 부(富)의 생산과 축적을 다루는 이슈를 다루는 경제 세션, 가난·문맹·질병·인권과 대량학살 등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사회 세션, 그리고 환경파괴·지구온난화·대체에너지 등 지구의 자연환경을 다루는 환경 세션이 세 축을 이루면서 균형 있게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총 242개 세션 중 사회 세션은 10.8%인 26개, 환경 세션은 5.7%인 14개에 불과했다.



 사회와 환경 이슈가 뒤로 밀린 반면 지역 이슈는 15.7%에 해당하는 38개 세션이 배정돼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인도는 각각 10개와 6개를 배정받아 모든 참석자들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해당국에 관한 세션은 물론이지만, 그 외의 여러 세션에서도 중국과 인도 대표가 주제발표나 토론을 할 정도로 두 나라는 초강대국 반열에 성큼 들어섰다.



 정작 2011 다보스포럼을 주도한 분야는 문화예술이었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나타난 리더십을 연구하고, 음악을 통해 사회변혁을 추구하며, 건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합시키는 방법을 찾고, 음식이 대중문화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는 등 다보스포럼 전체 세션의 14.5%인 35개 세션에서 인간의 감성세계를 다룬 문화예술은 대기업을 비롯한 세계적 조직을 이끌어 가는 핵심 원리가 되었다.



 99년 전 토마스 만이 다보스 요양원에 입원하고 있는 부인을 지켜보면서 집필한 『마의 산』은 건강과 병, 생명의 유한성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카스토르프가 머무른 요양원 밖은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등 끊임없는 불균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토마스 만이 바라보았던 요양원 밖의 세계가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경제라면, 카스토르프는 험난한 세상을 향해 몸을 던져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아무리 세계경제가 어려워도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 기업, 그리고 개인만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다는 교훈을 토마스 만이 영감을 얻었던 다보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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