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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계좌에 947억 … ‘인형 재벌’ 의 두 얼굴

중앙일보 2011.02.26 00:14 종합 18면 지면보기



‘비니 베이비’ 납품사 대표 기소
국내선 세금 꼬박꼬박 납세자 표창
해외선 유령회사 차려 돈 빼돌려
세금 437억 탈루한 혐의





국내 봉제인형 제조회사의 대표 박모(63)씨가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9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박씨는 19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끈 인형 ‘비니 베이비(Beanie Baby·사진)’를 독점 납품하면서 업계에서 ‘인형 재벌’로 불린 인물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인형을 제조하는 A사를 1987년 설립했다. 미국 인형 회사에 비니 베이비 제품을 한정판으로 납품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인형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미국 경매시장에서 개당 최고 1000만원대에 낙찰될 정도였고 지금도 인터넷 쇼핑사이트 ‘e베이’ 등에선 종류에 따라 30~40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수익이 커질수록 세금을 내는 게 아까웠던 박씨는 수를 냈다. 2001~2009년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이어 홍콩 법인에서 번 수익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로 송금했다. 약 947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배당 이익을 차명주주 앞으로 돌려놨다.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페이퍼 컴퍼니끼리 수차례 송금을 반복해 당국의 추적을 피했다. 그는 947억원 대부분을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11곳에 나뉘어 이체하는 수법으로 437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하지만 박씨는 국내에선 ‘모법 납세자 표창’까지 받았다. 국내 수입분에 대한 세금을 꼬박꼬박 낸 실적 때문에 서울양천세무서가 준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이날 스위스 은행 계좌 등을 이용해 세금 437억원을 탈루한 혐의(조세포탈) 등으로 박씨와 그의 자산관리인 강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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