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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우체국예금보험 지원재단 이사장 박시호

중앙일보 2011.02.26 00:13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작가 김중만에게 욕먹으며 사진 배웠죠”





1999년 어느 날. 사진작가 김중만이 말했다. “야, 이게 사진이냐. 메시지가 없잖아.” 김중만의 ‘고교 절친’인 그는 이후로도 수없이 욕을 먹으며 사진을 배웠다. 김중만은 “제자들에게도 안 가르쳐 주는 비책”이라며 연마시켰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친구는 지금 달력에 작품이 실리는 ‘꽃 사진’ 도사가 됐다.



 박시호(57) 우체국예금보험 지원재단 이사장 얘기다. 국회의원·재무부 장관 비서관을 거쳐 정리금융공사 사장, 푸르덴셜자산운용 감사를 거친 ‘골수 금융맨’이다.



  “80년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었죠. 문득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작정 김중만을 찾아갔죠.” 그동안 손길을 거친 카메라만 10여 대다. 그러나 애송이 시절인 80년 ‘거금’ 40만원에 구입한 니콘 FA ①에 아직도 정(情)이 많이 간다. 서울 영등포 재단 건물엔 그의 꽃 사진이 130여 점 걸려 있다. 달개비를 찍은 사진은 은은한 색감과 형태가 꼭 동양화 같다. “꽃을 보면 직원들 마음이 행복하잖아요.”



맞다. 그는 일찌감치 ‘행복 전도사’로 유명했다. 감동적 글을 모아 500명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e-메일로 ‘행복 편지’를 보낸 게 벌써 8년째다. “국회의원 출마를 꿈꾸다 출판기념회를 먼저 해 보자는 생각으로 글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죠. 계획대로 안 됐어요. 확보한 글을 친구들에게 보내기 시작했죠. 그런데 반응이 좋은 겁니다.”



 










행복 공유를 위한 로망은 ‘기타’로도 이어진다. 최근 낙원상가에서 기타②를 샀다. 에릭 클랩턴이 애용하는 ‘블랙키’ 기타를 재현한 펜더사의 제품이란다. “60년대 인기였던 벤처스 밴드를 좋아했죠. 중학교 때부터 기타 치다 대학 와서 쉬었죠. 근데 이것도 포기하기 싫더라고요. 요즘 봉사활동을 많이 챙기는데 밴드 만들어 공연하고 싶어요.”



 사진과 기타 못잖게 그림도 즐긴다. 사무실엔 직접 그린 서양화도 걸려 있다. 화가인 아내로부터 배웠다. 금융맨 냄새를 풍기는 소품이라곤 ‘러시아 국채’를 넣은 액자 ③ 정도. 이마저 도화지만 한 크기에 추상화 냄새가 풀풀 풍겼다. “싱가포르의 펀드매니저가 선물한 겁니다. 액면 96달러 가치가 있는 건데 지금도 바꿔 주려나, 하하.”



 금융권 멋쟁이로 통하는 그는 2000년 들어 자녀들이 유학 간 뒤로, 영국 패션에 관심이 많아졌다. “대체로 무거운데 덜 묵직하면서 은은한 멋의 브랜드가 눈에 띄더라고요.” 폴 스미스였다. 양말이며 커프스 버튼까지 구비했다. 이날 입고 온 정장은 제냐 원단으로, 단골인 이태원의 고려양복점에서 맞췄다. 옷을 말하면서 전문 용어가 술술 나온다. “라펠(깃)이 위로 올라가 있잖아요. 이걸 ‘피크드(peaked) 라펠’이라고 하죠. 강한 맛이 나고 힘찬 남성미를 보여 주고 싶을 때 입곤 해요.”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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