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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 듣는다] 국내 처음 ‘세계철학사’ 쓰는 이정우 교수

중앙일보 2011.02.26 00:08 종합 20면 지면보기



“내용은 서양철학사면서 제목만 세계철학사 많았다, 그걸 바로잡겠다”





기자에게 책이 전달됐을 때 으레 번역서려니 생각했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때문이다. 선입견이었다. 세계철학사를 쓴 이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가운데, 이정우(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가 야심찬 도전을 했다. 이번 주에 『세계철학사1』(길, 840쪽, 3만8000원)을 내놨다. 1998년 서강대 철학과 교수직을 사임한 이후 몰입해온 저술활동이 이 책으로 한 매듭을 짓는 듯하다. 90년대 중반부터 따져 철학책을 가장 많이 쓰고 또 번역한 인문학자를 꼽는다면 최상위권에 랭크될 그인데, 그 책들을 관통하는 그의 기본 관심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철학 사이의 회통이라고 한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과감한 도전이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단 국내 첫 책인 것 같다.



 “아마 그럴 것이다. 2000년 ‘철학아카데미’를 창설해 일반인을 상대로 계속 철학사를 강의해 보면서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10년을 준비해 작년 집필을 시작한 셈이다. 모두 3부작이다. 1권의 부제는 ‘지중해세계의 철학’이고, 내년에 낼 2권은 ‘아시아세계의 철학’, 2013년 출간할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다.”











-1·2·3권의 차이가 뭔가.



 “연대 순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1, 2권은 지리적 기준을, 3권은 시대적 기준을 적용했다.”



-지리적 기준이란 뭔가.



 “지금까지 나온 세계철학사 관련 책들을 보면 실제로는 세계철학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이냐면, 책 내용은 서양철학사이면서 제목을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고, 또 아시아에서 나온 책은 대개 중국철학사, 일본철학사 하는 식이다. 모두 부분을 쓴 것이다. 나는 좀 더 보편적 시각으로 세계철학사를 보고 싶다.”



-보편적 시각으로 본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근세 이후 서양이 세계 문명의 주도권을 쥐었고 또 서양에서 뛰어난 근대철학이 계속 나왔다. 문제는 근대 이후의 관점을 고대와 중세에도 투영하는 것이다. 고·중세에도 서양이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고 보는 것은 편견이다. 내가 볼 때 고·중세의 경우 오히려 아시아 철학이 더 풍부했다. 유교·불교·도교만 봐도 그렇다. 나의 세계철학사에선 지중해 철학과 아시아 철학을 균형있게 서술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 ‘아시아세계의 철학’이란 표현이 낯설다.



 “처음 쓰는 용어다. 대개 서양철학사하면 그리스철학에 집중한다. 그리스 문명이 철학의 요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리스철학이 로마를 거쳐 이슬람권으로 전해져 몇 백년 숙성된 후에 다시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재전파되는 과정을 봐야한다. 우리가 보는 그리스로마철학은 이슬람문명의 해석을 통해 나온 것이다. 나는 지중해세계 전체를 조명하며 서양철학의 외연을 넓히려고 한다. 2권의 아시아세계의 철학이란 중국으로 환원되는 동양철학이 아니라 인도와 동아시아 전체를 포괄하는 철학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했다. 아시아철학은 언제 공부했나.



 “아버지가 한학자이기때문에 어려서부터 한문을 배웠고, 한학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박사학위로 보면 서양철학자지만 그걸로 다 규정할 순 없다.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번 책에서 특별히 역점을 둔 것은.



 “역사적 배경을 많이 썼다. 어떤 환경에서 철학이 태어났고, 철학자가 왜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다. 철학 이론속에만 갖혀 그 배경인 역사를 놓쳐선 안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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