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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의 나라’ 한국, 생체 간 이식 세계 1위

중앙일보 2011.02.24 03: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아버지는 아들의 오른손을 꼭 잡았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들도 아버지의 손을 맞잡았다. 부자는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줬고 등을 어루만졌다. 22일 오후 2시 서울아산병원 서관 10층 간이식병동. 아버지 하창길(60·전남 광양시)씨는 “미안하다” “죄책감이 든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내 홍영숙(55)씨가 “울긴 왜 울어요”라고 남편을 다독였다. 아들 상철(26·회사원)씨는 “ 식사 많이 하시고 빨리 회복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고 말했다.


100만명당 13.64건 성사
2위 싱가포르의 두 배
아산병원 연 300건 세계 최다











 하씨 부자는 11일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아버지는 알코올성 간경화로 망가진 간을 떼냈고 아들은 간의 70%를 아버지에게 제공했다.



 하씨는 20년 동안 거의 매일 소주 두 병을 마셨다. 5년 전 건강검진 경고도 무시했다. 지난달 복수가 차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정부가 정한 대기 순번에 맞춰 간 이식을 신청하려 하자 아들 상철씨가 주저 없이 나섰다.



 한국에는 상철씨처럼 부모에게 자신의 간의 일부를 내놓은 효자가 많다. 지난해 그런 자식들이 495명(건)이었다. 이런 효심 때문인지 한국이 세계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경우(생체 간 이식)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장기 이식 자료(2008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만 명당 생체 간 이식 건수가 한국이 13.64건으로 세계 96개국 중에서 가장 많았다. 2위 싱가포르(7.33건)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자식이 부모에게 간을 제공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지난해 생체 간 이식 844건 중 495건(58.6%)이 그랬다. 형제자매, 부부 사이 기증이 뒤를 이었다.



 한국이 이 분야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우수한 의료기술도 한몫했다. 단일 병원으로는 서울아산병원이 연간 300여 건으로 세계에서 최고 많이 간 이식을 한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와 서울대병원 서경석 교수한테 의술을 배우러 오는 외국인 의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이주연 기자



◆생체 간 이식=살아 있는 사람의 간의 일부를 잘라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간의 30% 이상만 남겨두면 석 달 내 원래 크기로 자란다. 이식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혈액형이 같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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