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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국의 공연 전 방송은?

중앙선데이 2011.02.19 23:31 206호 5면 지면보기
“공연 중 아이들이 흥분해 숨겨진 끼를 발산하지 않도록 자제시켜 주십시오.”
한 공연장에서 이런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어린 청중이 꽤 되는 공연이었거든요. 객석에 웃음이 일렁입니다. “휴대전화는 꺼주십시오, 진동도 안 됩니다” 하던 ‘표준’ 방송과는 달랐으니까요.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이건 어떤가요. “쾌적한 감상 분위기를 위해 가지고 계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공연 중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녹음과 녹화는 저작권을 침해하고 다른 관객의 감상에 방해를 하게 되오니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공연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연주자가 연주를 모두 마치고 인사할 때 큰 박수로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길죠. 주로 ‘하지 말라’는 얘기고요. 서울 예술의전당 방송입니다. 덧붙여 “음악당 이용과 관련한 불편사항이 있으시면 02-580-XXXXX번” 하는 식으로 전화번호 안내까지 나옵니다.
클래식 공연장엔 한때 다음과 같은 안내방송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곡은 총 3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연주 시간은 35분입니다. 박수는 모든 악장이 끝나면….”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칠까 봐 단단히 일러놓는 방송이었죠. 요즘 공연 전 방송은 대체로 길고 자세한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저뿐일까요? 우선 유머를 첨가한 방송은 오히려 객석을 소란스럽게 합니다. 부드러운 건 좋지만, 과유불급이죠. 또 지나치게 자세한 지시사항은 청중을 얼어붙게 만들죠. 공연장엔 즐기러 가지, 훈계 들으러 가진 않습니다. 안내가 아닌 경고방송이 돼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땝니다. 빈 슈타츠오퍼는 음악의 도시인 빈에서도 일류로 꼽히는 오페라 극장이죠. 푸치니 ‘나비부인’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세계적 극장이지만 객석은 마찬가지로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때 갑자기 귀가 따가울 정도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방송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군요. 가방을 뒤지기도 하고요. ‘맞다, 내가 전화기 껐나?’ 하는 표정으로 객석이 통일됐습니다.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에 앉아 있던 더블베이스 연주자까지 턱시도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더군요. 음악회 중 정적을 뚫고 무시무시하게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에 ‘내 건가?’ 하고 살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해할 겁니다. 방송은 바로 이때, 첨언 없이 끝났습니다.

오페라 수준도 수준이었지만, 이처럼 공연 전 방송이야말로 탁월했습니다. ‘벨소리 울리지 말라’던 부정형을 뒤집어 ‘울려봤다. 안 좋다’로 청중을 설득한 심리전(戰). 육탄전보단 한 수 위죠?

런던 위그모어홀에선 휴대전화에 가위표가 그려진 그림을 공연 전 무대 위에 잠시 출연시킨다 합니다. 말은 없이요. 외국엔 방송이 아예 없는 공연장이 더 많습니다. 청중 전체가 꼭 한마음으로 공연에 임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외국을 무조건 동경하는 것도 촌스럽지만, 좋은 건 과감히 베끼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 훈계 대신 아이디어로 효과 극대화



김호정씨는 중앙일보 클래식ㆍ국악 담당 기자다. 서울대 기악과(피아노 전공)를 졸업하고 입사, 서울시청ㆍ경찰서 출입기자를 거쳐 문화부에서 음악을 맡았다.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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