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의 금요일 새벽 4시] 승무복 입는데 20분, 벗는데 또 20분

중앙일보 2011.02.19 02:15 주말섹션 14면 지면보기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이매방(85) 선생 인터뷰에는 6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한 인터뷰가 두 시간 정도면 끝날 줄로 생각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 선생은 유년기를 지나 막 청년기에 당도했습니다. 아뿔싸! 이 선생은 j가 인터뷰한 내국인 중 최고령이셨습니다. ‘한창 청년기’시라 시장하셨나 봅니다. “얘들아, 밥 차려라” 제자들에게 외치셨습니다. 졸지에 이 선생과 밥상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선생님! 직접 담그셨다는 오이지는 참 맛있긴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사진 찍는 박 선배의 다음 촬영 스케줄이 코앞입니다. 선생께 장삼만 간단히 걸쳐주십사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은 ‘프로’셨습니다. 제자의 부축을 받으시며 버선부터 고깔까지 하나 빠뜨림 없이 20분에 걸쳐 승무복을 갖춰 입으셨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벗으시는 데 20분이 걸렸습니다. 반나절의 인터뷰가 당신에게도 길었나 봅니다. 이렇다 할 말씀 없이 재봉틀에 앉아 바느질을 시작하셨습니다. 재봉틀이 잠깐씩 멈추는 사이 여쭤보고, 답하시고를 반복했습니다. 자택을 빠져나오는데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성시윤>



◆첫 전화: “나한테 시집 오면 어때요?” 첫 데이트: “우리 뽀뽀나 하지.” 뺨 맞기 딱 좋은 대사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에 넘어간 여자도 있습니다.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부인인 연기자 최명길씨입니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라 오랫동안 전화로 연애하다 보니 나중에 정작 첫 데이트를 할 때는 할 말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만나선 ‘뽀뽀’ 얘기를 꺼냈다는 게 남편의 해명인데요. 그 말 듣고 어땠느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호호호… 좋았죠”라네요. 물론 연애 시절 두 사람도 가끔 싸웠답니다. 그럴 때면 최명길씨와 드라마 ‘사랑은 없다’에 함께 출연하면서 친해진 황신혜씨가 ‘전령’ 노릇을 했다는군요. 남편의 주장에 따르면 황신혜씨가 “언니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니까 빨리 연락해 보라”고 했다는데, 이 부분은 남편의 일방적인 주장이니까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도중 가수 이장희씨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분, 울릉도에 집이 있지요. 김 전 장관은 “그 형이 원래 섬에 가서 살고 싶어했다”면서 “한 번은 살 만한 곳이 있는지 보러 나랑 둘이서 한 섬에 간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저 만나기 전인가요?” 남편이 황급히 답합니다. “그럼, 당신 만나기 전이지.” 결혼 17년차 이 부부, 참 재미있게 삽니다. <김선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마감시간을 무서워합니다. 그러면서도 마감에 쫓기지 않으면 원고가 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자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대가인 이문열 선생도 그런 모양입니다. 미리 원고를 보내주시면 좋으련만 꼭 마감날 저녁에야 원고를 보내십니다. 그런데 지난번 설 연휴 때 ‘리투아니아 여인’ 원고가 들어왔습니다. j가 휴간한다고 미처 알려드리지 못한 겁니다.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음, 이런 식으로 한 주 전에 원고를 미리 받으면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겠지’. 그러고는 슬쩍 넘어갔습니다. 참 순진한 생각이었지요. 신문 연재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그분이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j팀이 연휴를 쉰 다음주엔 이문열 선생이 아무 소리 없이 쉬시더군요. 대가의 복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마감날 오후 10시까지 원고가 도착하지 않은 겁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전화를 드려야 했지요. “아, 그래요? 며칠 전에 보냈는데….”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원고는 하루쯤 일찍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훈범>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섹션 ‘제이’ 37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기자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