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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다른 미국인 사람 값 … 미 행정부마다 산정액 천차만별

중앙일보 2011.02.19 00:46 종합 2면 지면보기
‘910만 달러(101억2000만원)’.


101억 환경오염 암 사망
88억 폐암 사망
68억 교통사고 사망
오바마 정부 들어 34%↑
기업 “규제 늘었다” 불만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평가한 미국인 한 사람의 목숨 값이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시절 680만 달러였던 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 들어 33.8% 올린 것이다.



기관마다 목숨 값도 천차만별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흡연에 따른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가치를 790만 달러, 교통부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가치를 610만 달러로 계산한다. 어떤 죽음이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기도 한다. 국토안전부는 테러로 인한 죽음의 목숨 값을 자연재해 등 다른 죽음의 두 배로 본다. EPA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암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인명가치가 교통사고 때보다 50% 높다고 판정한다. 장시간 고통을 받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철학자나 고민해야 할 법한 목숨 값을 미 정부기관이 산정하는 이유는 규제의 타당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규제로 살릴 수 있는 사람 목숨 값이 이로 인해 발생할 비용보다 크면 규제를 도입하고 그 반대라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5년 교통부는 자동차 차체 지붕을 강화하는 법을 예고했다. 이 조치로 연 135명의 인명을 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교통부의 목숨 값 350만 달러를 감안하면 새 규제의 편익은 연 4억7250만 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새 규제로 발생할 비용 8억 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자 부시 정부는 규제 도입을 백지화했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 들어 교통부가 산정한 목숨 값이 610만 달러로 오르자 사정이 바뀌었다. 규제의 편익이 8억2350만 달러로 비용을 초과한 것이다. 새 제도가 도입된 건 물론이다.



 미 정부의 목숨 값 산정에 기업은 불만이 많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목숨 값을 확 올리는 바람에 새 규제가 속속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소비자단체는 정부기관이 평가한 목숨 값이 너무 낮다며 더 올려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기관마다 제각각인 목숨 값도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같은 기관이 사안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독립트럭운전자협회 토드 스펜서 부사장은 “기관마다 목숨 값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로버트 한 교수는 “때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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