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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달러 스위스 에어 앰뷸런스 … 내 돈이라도 낼 테니 띄우자”

중앙일보 2011.02.17 03:00 종합 3면 지면보기



석 선장 국내 전격 이송 막전막후



이국종 교수





“목숨을 걸고 석 선장을 지키겠다. 석 선장을 살리려면 당장 한국으로 데려가야 한다.”



 지난달 28일 오전.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에 급파된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는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인 원희목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와 함께 오만에 간 김지영 간호사가 평소 친분이 있는 원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뤄진 통화였다.



 당시 이 교수는 ‘석 선장을 (오만에) 더 놔두면 사망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제 의료지원 서비스 기업인 인터내셔널SOS사가 운영하는 ‘에어 앰뷸런스’ 를 이용해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하려 했다.









지난 3일 잠시 의식을 회복한 석해균 선장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이국종 교수. [아주대학교 제공]



그는 무려 40만 달러(4억4800만원 상당)나 드는 에어 앰뷸런스를 빌리는 것과 관련해 “내 돈이라도 낼 테니 꼭 임대해야 한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했다 한다. 석 선장을 살리려면 촌각을 다퉈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들이 망설였다 한다. 이 교수는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언급하면서 “삼호해운 직원들을 빼곤 다른 쪽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누가 잘 나서지도 않고…”라는 등의 말을 주변에 했다.



 이 교수가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차에 원 의원과의 통화가 이뤄졌다. 이 교수는 “환자를 살리려면 당장 한국에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 당직자는 “석 선장의 한국 이송을 하루 이틀이라도 앞당겨야 석 선장을 살릴 수 있다는 이 교수의 간절한 호소에 원 의원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원 의원은 통화가 끝나자 곧바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연락했다. 마침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과 회의를 하던 정 수석은 원 의원 얘기를 듣고 원 의원을 임 실장에게 연결했다. 이 교수가 에어 앰뷸런스를 개인적으로 빌려서라도 석 선장을 한국으로 옮기려 한다는 걸 안 임 실장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임 실장은 대통령 주치의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에게 연락해 석 선장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응급의학회 이사장인 서울대 서길준 교수 등 2명과 함께 이 교수와 통화하면서 석 선장이 2000피트 고도에서 11시간 비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서 교수=“석 선장의 혈역학적 상태가 안정돼 있느냐.”



 ▶이 교수=“그렇다. 약을 안 쓰고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서 교수=“소변은?”



 ▶이 교수=“잘 나오고 있다. 지금이 환자를 이송하기 좋은 시기다. 지금 놓치면 영영 이송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 교수의 이송 판단에 최 교수 팀도 동의했다. 그러자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정부 측은 석 선장을 데려오는 절차를 신속하게 매듭짓기 위해 오만 정부 측과 협의했다. 에어 앰뷸런스는 이 교수의 이름으로 빌리되 비용에 대해선 외교부가 지급 보증을 서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로써 당일 오후 6시 정부 신속대응 팀이 “석 선장을 29일 한국으로 이송한다”고 공식 발표할 수 있었다. 이 교수와 원 의원의 전화가 이뤄진 지 불과 반나절 만에 이송이 결정된 것이다. 이 과정을 잘 아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교수의 석 선장을 살리겠다는 열정이 국가를 움직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총상은 물론 선반 사고나 조폭 환자까지 심한 외상을 치료해 온 이 교수의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석 선장과 함께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이 대통령은 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하면서 “석 선장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정애 기자



◆에어 앰뷸런스(air ambulance)=캐나다 봄바디어사(社)의 비즈니스 전용 제트기 ‘챌린저604’를 개조한 항공기다. 스위스항공구조협회(REGA) 소속이지만 현재는 ‘인터내셔널SOS’가 전세 내 운용 중이다. 길이 20.8m, 높이 6.3m, 날개 너비 19.6m로 12명이 탑승할 수 있다. 1회 주유로 최장 2800마일까지 비행할 수 있다. 중환자 이송을 위한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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