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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 간 부산 강서신도시 … 재산권 묶인 주민들 ‘속앓이’

중앙일보 2011.02.17 00:40 종합 22면 지면보기



5년간 택지개발예정지구 묶여
보상문제로 건물 신·증축 제한
땅 팔고 싶어도 임자 안 나타나
일부 지역은 다시 GB 포함될 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포기하려는 부산 강서신도시 사업지구에 세워진 농사금지 팻말을 주민이 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16일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주택가에 불에 시꺼멓게 그을린 집 한채가 있다. 지난해 말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를 입은 이모(47)씨의 집이다. 불탄 집을 고치면 보상을 받을 수 없어 보수를 못하고 있다.



 이씨의 집은 2006년 3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지정한 강서신도시 택지개발 예정지구에 들어갔다.한때 신도시 개발의 꿈에 부풀었던 곳이지만 보상문제로 건물의 신· 증축이 제한돼 왔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정난으로 강서신도시 사업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이씨처럼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LH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곳은 전국에 138곳이다.



 강서 신도시 예정지내 1983㎡(600평)의 땅을 갖고 있는 김형률(77)씨는 농협에서 빌린 돈만 2억여원이다. 4년전부터 매달 이자만 160여만원씩 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김씨는 “땅 팔아 죽기전에 빚을 갚고 싶지만 택지개발예정지구로 묶이니 살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서 신도시 예정지내 4000여 가구 주민들은 지난 5년간 재산권 행사를 전혀 못하고 있다.



 LH가 사업 포기를 확정할 경우 부산시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에서 제외될 집들이 더 많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강서 신도시 예정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GB)이다. ‘광역도시계획상 GB를 해제하려면 면적 1만㎡ 내에 최소 20세대가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저동 신촌·중리·당리·서연정 마을 등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부산시의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은 GB지역으로 복귀될수 밖에 없다.



 주민대책위 송정부(67)위원장은 “30여년간 GB 지역에 묶여 있었는데 또 다시 GB지역에 포함된다는 것은 죽어라는 말이다.이제 와서 관두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LH 측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의뢰한 ‘강서신도시 사업여건 진단’ 용역결과 사업방식에 따라 1조64억원(택지개발 방식)∼4607억원(도시개발사업 환지방식)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LH측은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신도시는 강서구 대저동 일원 490만9000㎡(약 148만평)를 개발해 9만여명(3만1000여 가구)을 수용할 계획이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고시된 뒤 진척이 없는 상태다. LH 부산 울산지역본부 박종협 차장은 “전국 138곳과 연계해 검토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부산시 등과 협의해서 최종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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