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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통계의 민심, 거리의 민심

중앙일보 2011.02.17 00:23 종합 35면 지면보기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청와대가 자랑하는 ‘40% 후반’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런저런 모임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명박 정부에 호의적인 이들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40%를 넘는다는 지지도는 실제 민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과학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와 거리에서 체감하는 지지도 간에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잘 알기 어렵다. 집 전화에 의존하는 조사방법상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예전과 달리 대놓고 함부로 말하기 편치 않은 사회 분위기로 인해 ‘대통령이 일 잘하느냐’고 물으면 아예 입을 닫아버리거나 마음에 없는 대답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이런 여론조사상의 높은 지지율은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이 세상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집권층에서는 이런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까닭은 대통령·정부·여당이 열심히 일을 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이 이런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법하다. 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아덴만 구출 작전의 성공, 사상 최대 무역흑자 등을 언급하며 이명박 정부의 치적에 대해 자화자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성과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 이런 일들은 모양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일상적 삶 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아니다.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라고 해도 그건 대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의 관련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이런 화려한 외양의 치적보다 국민들이 볼 때 대통령이 정말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것은 그저 먹고사는 문제다. 요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무척 피곤하다.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러 가기 두렵고, 치솟는 전월세 때문에 주거 문제가 불안하고, 가계부채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젊은이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먹고 있다. 더욱이 구제역 창궐은 이제 축산업과 관련 산업에 대한 피해를 넘어 환경 재앙의 우려까지 불러오고 있다. 우리가 외형적으로는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눈앞에 뒀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들 살아가기가 불안하고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이렇게 불안하고 힘든 일반인들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도와주려 한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에서 위로와 기대감을 얻지 못하는 까닭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이런 절박함과 고통을 이해하고 같이 아파하는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평가가 높게 나온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영유아 보육비와 교육비는 국가가 책임지며,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지원하며, 서민들의 주요 생활비를 30% 절감하겠다고 하는 이 황홀한 목표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10대 공약에 포함된 것들이다. 당시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의 실현에 대한 기대감 속에 사실상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안 보고’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



 집권 후 이미 3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솔직히 이 중에서 제대로 지켜진 공약은 없는 것 같다. 요즘 국민들의 힘든 살림살이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이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과 같이 국민들이 별 관심도 없고 또 정치역학상 되지도 않을 일을 추진해서 괜한 분란만 일으키지 말고, 3년 전 국민 다수가 절실하게 기대했던 그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힘을 쏟는 일이다.



 지지도가 높다지만 사실 50%에는 미치지 못한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만족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수치로 인해 괜한 착시에 빠지지 말고 겸허하게 제대로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9세기 영국 총리를 지낸 디즈레일리가 말했다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다. 여론조사상 지지도가 높다는 이 대통령이 이제 한 번쯤 떠올려 봐야 할 경구가 아닐까.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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