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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는 애물? 중국은 내다 팔고 미국도 외면

중앙일보 2011.02.17 00:23 경제 4면 지면보기
미국 국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에서의 이탈이 가시화되면서다. 중국·러시아는 두 달째 미국 국채를 100억 달러 이상 내다 팔았다. 미국 국적의 세계 최대 채권운용펀드인 핌코(PIMCO)마저 미국 국채투자 비중을 줄였다. 그 영향으로 미국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11월 2.6%대였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3개월 사이에 1%포인트 이상 급등해 지난주 3.73%까지 올랐다.


중·러 두 달째 100억 달러 팔아
“중국의 거리두기, 본격화할 듯”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마저
“미·영 국채를 멀리하라” 권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해외자본 유출입 동향(TI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8916억 달러였다. 한 달 동안 4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팔았다. 지난해 11월에도 112억 달러를 팔았다. 중국과 함께 러시아도 두 달 연속 미국 국채를 팔아 1220억 달러에 이르던 보유 규모를 1062억 달러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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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달러 줄이기’는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가 마무리되는 6월 이후에 중국의 거리 두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가면 중국이 달러화 자산을 본격적으로 내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줄곧 미국의 돈 풀기(양적 완화)가 미국 달러의 약세를 부추겨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해왔다. 게다가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위주의 보유 외환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혀왔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유럽이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 국채를 팔아왔다.



 그럼에도 아직 달러의 추락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중국과 러시아가 내다 판 미국 국채는 일본과 영국, 해외 민간투자자들이 사들였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64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샀다. 그 덕에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8836억 달러로 늘었다. 같은 달 영국도 295억 달러를 사들여 보유 규모를 5413억 달러로 늘렸다.



 영국의 대규모 매수에는 ‘숨겨진 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많다. ‘숨겨진 손’은 바로 중국이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스트레지스트는 “중국이 영국을 통해 상당히 많은 미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팔 경우 달러 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이 이를 막으려는 노력을 본격화한 듯하다”며 “중국이 90억 달러어치의 1년 미만의 단기물을 판 대신 중장기채를 사들이는 등 자산 재조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채를 외면하는 것은 중국·러시아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펀드 핌코가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도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을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CNN머니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22%에 이르던 투자 비중이 지난달 12%로 크게 줄었다. 핌코가 미국 국채 비중을 낮춘 것은 미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핌코의 빌 그로스 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정기 투자 동향보고서에서 “미국과 영국 국채를 멀리하라”고 권고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장기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장기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FT 등과의 인터뷰에서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한 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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