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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독일 … 황소 ‘합방’ … 뉴욕·독일증권거래소 합병

중앙일보 2011.02.17 00:19 경제 6면 지면보기



대형화 바람 불 듯





미국 월가를 상징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독일증권거래소와 합병한다. NYSE 유로넥스트와 도이체 뵈르제는 15일(현지시간) 합병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NYSE 유로넥스트는 2007년 NYSE와 파리·암스테르담·브뤼셀·리스본 거래소가 합쳐져 탄생했다. 뵈르제는 프랑크푸르트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거래소가 합병하면 시가총액이 260억 달러(29조1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거래소가 될 전망이다. 양쪽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도 15조 달러에 달하게 된다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언론이 전했다.



 두 거래소가 합병에 나선 건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세계 각국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초고속 사설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기존 거래소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지난 3년 동안 NYSE의 거래량은 3분의 1이 줄었다. 수퍼컴퓨터로 무장한 사설 거래소와 맞서자면 덩치를 불려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절감을 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합병으로 당장 4억 달러 안팎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너지효과에 따른 매출 증가도 예상된다.











 NYSE가 대형화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파생상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옵션·선물과 같은 파생상품 거래는 주식·채권과 달리 매일 거래자의 손익을 청산해야 한다. 그 때문에 거래소마다 자체 청산소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초대형 다국적 거래소는 청산소의 공신력에서 사설 거래소를 압도할 수 있다. 따라서 NYSE 같은 전통 거래소가 합병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거래소망을 넓힌 뒤 이를 바탕으로 파생상품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형식상 이번 합병은 독일 뵈르제가 NYSE 유로넥스트를 인수하는 모양새가 된다. 합병회사의 지분 60%를 뵈르제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사회 17석 중 10석도 뵈르제가 차지한다. 레토 프란치오니(Reto Francioni) 도이체 뵈르제 최고경영자(CEO)가 합병회사의 회장을, NYSE 유로넥스트의 던컨 니더라우어(Duncan Niederauer) CEO가 합병회사의 CEO를 각각 맡을 예정이다. 월가에선 미국을 상징하는 NYSE가 독일로 넘어가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달리 독일에선 “2007년 NYSE와 유럽거래소의 합병 결과 결국 월가만 이익을 봤다”며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두 거래소의 합병 발표는 세계 각국에서 거래소 간 합병 바람을 지피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가 증권거래소 간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한국거래소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합병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증시에 상장을 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주요 거래소와 양해각서(MOU) 수준의 제휴에 그치고 있다”며 “거래소 간 합병이라는 트렌드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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