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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안전불감증 없애려면 사고 배상책임 무겁게

중앙일보 2011.02.17 00:15 경제 8면 지면보기






김정동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보험학




지난해 말에 또 대형사고가 터졌다. 포항 인덕노인요양원 화재사고다.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형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다. 안전불감증은 조심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건물과 시설을 사고에 취약하게 짓고, 그러한 곳에서 태연히 생활하는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전불감증이 심한 이유는 제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사고를 일으켜 남에게 피해를 입히더라도 관행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피해를 대신 보상한 게 근본적 이유다. 물론 사고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도록 제도화돼 있지는 않지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보상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대신 보상하는 것이다. 즉 사고에 대비한 투자를 하기보다 위험을 무릅쓰는 편이 더 유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는 것이다.



 사고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일으키는 시장 실패 현상으로서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법부나 행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선진 외국에서는 사고를 일으킨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철저히 묻는 방식, 즉 사법제도를 통해 사고를 줄인다. 사고로 남에게 입힌 피해를 남이 대신해 주지 않고 스스로 평생 갚아야 한다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된다. 그리고 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제도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해 자기 자신을 보호한다. 이것이 사고를 줄이고 배상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 법 감정과 법조계의 전통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을 이끌고 강제하는 행정제도를 통해 사고를 줄이고 경각심을 일깨울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커다란 사각지대가 있는데, 그것은 중소형 다중이용시설이다.



 화재보험법은 백화점·호텔·학원 등과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특수건물’로 분류해 규제를 강화하고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실내사격장·노래방·고시원·음식점·주점·공연장·산후조리원 등이 흔히 사용하는 중소형 건물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사실 규모가 큰 특수건물보다 중소형 다중이용시설이 더 사고에 취약하다. 통계에 의하면 전체 다중이용업소 화재 중 600㎡(약 180평) 미만의 시설에서 사고의 89%와 인명 피해의 88%가 집중돼 있다. 현재의 재난 관련 제도는 역사적·경제적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덜 위험한 곳에 감시와 대책을 집중하고, 더 위험한 곳을 방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중이용시설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의 핵심은 두 가지다. 스프링클러와 비상구 및 피난통로 등 재난방지설비를 확보하도록 강제하는 물적 규제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보험의 강제 가입이다. 물적 규제는 정부 행정력의 한계로 철저히 시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보험으로 보완할 수 있다. 업소의 안전도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면 보험 가입 과정에서 안전도가 향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속히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을 제고하는 제도를 마련해 국민이 보다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보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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