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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청춘엔 … 가족 뒷바라지 … 하지만 새봄엔 … 새내기 대학생

중앙일보 2011.02.17 00:14 종합 20면 지면보기



꽃다운 청춘엔 … 가족 뒷바라지
육십줄 넘어선 … 혹독한 암 투병
하지만 새봄엔 … 새내기 대학생
64세 여고생 문정수씨



문정수씨



“암보다 두려웠던 것은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었습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유방암까지 이겨낸 문정수(64)씨. 그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52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24일 2년제 학력인증 평생학교인 서울 마포구 일성여고에서다.



경북 경주의 두메산골에서 7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문씨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 때부터 집안의 가장이었다. 6·25 참전 후유증으로 늘 병상에 있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그는 연필 대신 호미를 들었다.



 동생들만큼은 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던 문씨. 인생의 꽃이라 불릴 20대 초반의 나이에 남동생 3명을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동생들에게 하숙방을 얻어주고 자신은 먼 친척집의 식모로 들어갔다. 식모 일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봉투 붙이기 등 가욋일로 동생들의 학비와 어머니께 부칠 생활비를 벌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하숙방을 찾아 동생들을 살폈다. 친척집을 나와서는 공장에도 다녔고 미용실에서도 일했다. 어느덧 세 동생들은 강남의 유명한 건축설계사로, 또 시청 공무원 등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교육열은 자식들을 향했다. 20여 년 동안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4남매를 올바르게 키워냈다. 큰딸은 미국에서 세무사를, 둘째 딸은 대형 병원의 약사, 셋째 딸은 서울의 4년제 대학 교직원이다. 막내 아들은 대학교 4학년이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처음 학교의 문을 두드린 것이 2006년, 40여 년 만에 중학생이 되는 꿈을 이뤘다. 수년 전 집안 모임에서 만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언도 큰 자극제가 됐다. 남편의 삼촌뻘인 반 총장은 "열정이 있으면 이루지 못할 꿈이 없다”고 격려하자, 문씨는 만학의 결단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달콤한 학창 생활도 잠시였다. 2007년 5월 문씨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문씨는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고된 항암치료를 이겨냈다. 그리고 오는 24일 꿈에도 그리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3월에는 어엿한 대학생(김해대학)이 된다. 하지만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학원 진학 후 박사 학위가 목표다. 그는 “박사가 된 후에는 만학의 길을 걷는 분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세우고 싶다”며 “더 많이 공부해 ‘되’로 배워 ‘말’로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재기 대학생기자(Canon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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