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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헛짚은 택시 승차 거부 대책

중앙일보 2011.02.17 00:12 종합 20면 지면보기






박태희
사회부문 기자




서울 택시업계의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개인과 법인택시 기사들의 입장이 정반대일 경우가 많고 개인택시 면허 발급을 바라는 장기 무사고 법인택시 운전자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간혹 이들의 의견이 일치할 때가 있다. 서울시의 택시 정책을 비판할 때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승차 거부를 뿌리 뽑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시내 운행에 2000원, 시외 운행에 3000원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업계는 하나같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인택시를 모는 김학준(44)씨는 “브랜드콜에 참여하는 택시는 서울 전체 택시의 절반에 그친다”며 “게다가 이 정도의 지원으론 승차 거부가 근절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는 특정시간대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 때문이다. 승차 거부가 가장 많은 시간은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2시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귀가는 서둘러야 하는 시간에 택시 수요는 공급을 초과한다. 기사들은 승객을 입맛대로 골라 태워 수입을 바짝 올리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는 수급 불일치를 일시적 공급 확대로 풀자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서울의 택시는 모두 7만2000여 대(법인 2만2851대, 개인 4만9504대)이지만 실제 운행 대수는 5만 대 남짓이다. 개인택시의 3분의 1은 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전 4시~이튿날 오전 4시(24시간)로 정해진 개인택시의 비번 시간을 오전 2시~오후 10시(20시간)로 조절하면 승차 거부가 만연한 시간대에 1만7000대나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인택시업자들도 승객이 많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영업하기를 원하고 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업주는 적발 시 면허 취소 등 강력한 벌칙으로 규제할 수 있다. 대신 수입이 줄어들지 모를 법인택시들에 지원금을 늘리면 된다. 핵심을 짚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시민들이 겪는 택시 잡기 전쟁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다.



박태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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